1차 수출 쿼터 1624만톤 배정 현지 대형 국영 정유사들 부여 내수 공급 늘려 수출타격 우려 "시장 영향 제한적일 것" 의견도
[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 중국 정부가 올해 석유제품 1차 수출쿼터를 작년보다 31% 늘리면서 국내 정유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중국의 소규모 민영 정유업체인 이른바 티폿(Teapot) 대신 덩치가 큰 국영 정유사 4곳이 수출쿼터를 모두 가져가 국내 정유사의 수출길이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올해 석유제품 1차 수출 쿼터를 1624만톤으로 지난해 1차 쿼터보다 31% 늘렸다.
중국 정부는 매년 자국 정유사들의 원유수입과 석유제품 수출 쿼터를 정한다. 발표 시기는 정해져 있지 않지만, 통상 1년에 네 차례 업체들이 쿼터를 소진할 때마다 물량을 배정한다.
올해 첫 석유제품 수출쿼터는 경유가 699만톤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휘발유(655만톤), 항공유(270만톤) 등의 순이었다.
이 가운데 휘발유와 경유는 작년 1차분보다 각각 79%, 33% 수출 여력이 늘었다. 경유와 휘발유 등 고부가가치 경질유를 위주로 수출하는 국내 정유사들은 해외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과 격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출쿼터를 부여받은 기업들의 면모도 만만치 않다. '물량 밀어내기로' 국내 정유사 발목을 잡았던 티폿 업체들이 빠진 자리를 시노펙, 페트로차이나, 시노켐, 중국해양석유총공사 등 대형 국영 정유사들이 꿰찼다. 이들은 최근 정제설비를 대폭 확장하고, 해외 수출 판로를 공격적으로 넓히고 있다.
대형 국영 정유사들이 생산량을 크게 늘려 중국 내수 공급을 늘리면서 한국 정유사들의 중국 수출길이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석유제품 수출국이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이 지난해 1~3분기에 수출한 물량은 약 6876만 배럴이다. 이는 전체 석유제품 수출량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수출 쿼터 증가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1차 수출쿼터가 늘어났다고 해서 올해 연간 수출쿼터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중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티폿 업체들의 올해 1차 원유 수입 쿼터를 늘렸지만, 이들에게 수출 물량을 할당하지 않은 것은 중국 내수가 좋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유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지난해 티폿 업체들의 원유수입 쿼터를 늘리고도 올해 수출 쿼터를 할당하지 않은 것은 중국 내수시장 수요가 그만큼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중국 내 수급 상황을 고려하면, 국내 정유사의 수익과 직결되는 정제마진에는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