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2018년은 60년 만에 오는 황금 개띠 해란다. 나라가 안팎으로 어려운데 내년에 갑자기 어디서 황금이 나오랴 싶지만,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가 실현된다면 그것이 갖는 의미는 실로 황금개의 출현을 능가하는 막중지대한 것이다.

물론 그 3만달러란 수치는 환율 변동에 따라 얼마든지 유동적이다. 기획재정부가 2017년 1인당 국민소득을 2만9200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원-달러 평균 환율 1140을 사용한 수치다. 2018년 평균 환율로 전망되는 1080을 적용하면 2017년 1인당 국민소득도 이미 3만달러를 넘어선 3만822달러에 이른다. 일례로, 내년 경제성장률이 3%, 1인당 국민소득도 같은 성장률일 때, 달러 강세로 인해 원-달러 평균 환율이 1143원 보다 높으면 기획재정부가 전망하고 있는 국민소득 3만달러가 실현되지 않을 수 있다. 기획재정부가 2018년 국민소득이 3만달러에 올라설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하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우리는 또 국내외 경제위기를 만날 때 마다 환율 급등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폭락한 고통스런 과거를 가지고 있다. 1997년 12월 외환위기로 인해, 1만2059달러였던 국민소득은 1998년 7989달러로 폭락했다가, 5년 뒤인 2002년에 가서야 1만2729달러로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게 된다. 또한 2006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873달러로서 역사상 최초로 2만 달러를 넘었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2009년 다시 1만8300달러로 하락한 바 있다.

하지만 3만달러라는 기준이 환율 등에 따라 아무리 유동적이라 해도, 전쟁의 폐허 속에서 불과 반세기여 만에 우리가 일궈낸 이 결실은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거의 기적이라 불러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2016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가 넘는 국가는 전세계에 26개국에 불과하다. G20 중에서는 8개 국가만이, 또 인구 5천만이 넘는 26개 국가 중에서는 6개 국가만이, 아시아 국가 중에는 일본, 싱가포르, 부루나이(해저 원유와 천연 가스로 국민이 세금을 내지 않는 국가) 뿐이다. 우리가 대국으로 알고 있는 많은 나라들, 중국은 물론 러시아, 스페인 등 많은 나라들이 3만달러에 못 미친다.

G20 국가들의 경우 산유국을 제외하면 3만달러 달성에 평균 8.2년이 소요됐지만, 스위스는 2년, 룩셈부르크는 3년, 스웨덴과 뉴질랜드는 4년만에 이를 달성했다. 한국은 그들보다 훨씬 긴 10년 만에 지금 그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 이는 우리의 시작도 맨주먹이었지만, 이만큼 살기 위해 우리가 걸어온 길도 그만큼 고되고 험난했음을 반증한다.

이제 반만년 우리 역사에 한 전기가 될 국민소득 3만달러에 이른 지금, 문재인 정부의 2018년 그리고 임기 동안 경제운용은 4만달러 시대로 어떻게 나갈 것인가에 중점을 둬야 한다. 현 정부가 2018년 경제운영 목표로 제시한 4가지-소득주도 성장, 일자리 창출, 공정 경쟁, 혁신성장-는 4만달러 시대를 준비하는 정책 방향으로 나무랄 데 없다. 하지만 과거 정부의 사례를 보라. 목표를 설정한다고 그대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MB 정부는 2008년 2월 출범 당시 '747(경제성장률 7%, 10년내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 공약을 내세웠지만, 5년 임기 동안 평균성장률 3.2%로 7%의 반도 달성하지 못했고, 나머지 두 목표는 언급조차 민망한 어림없는 수치로 끝나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1년 후인 2014년 1월 경제정책 3개년 계획을 내놓으며 '474 공약'(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을 발표했지만, 임기 동안 잠재성장률은 2%대 초중반 수준으로 하락했고, 2016년 고용률은 66.1%, 1인당 국민소득은 2만6000~2만7560달러로 공허하게 끝났다.

경제의 성과는 모든 사회·정치·경제·문화 등 활동의 결과로서 2018년 경제운용 목표에서 강조되는 성장과 고용, 그리고 경상수지, 인플레이션으로 측정될 수 있다. 이는 민간 부문에서 기업가 정신이 발휘하는 혁신적 생산활동을 통해 이뤄진다. 대기업은 대기업의, 중소기업은 중소기업의 역할이 있다. 정부 정책의 목표는 대기업, 중소기업이 각각의 방식으로 성장, 고용경상수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 노사관계, 법인세 등에서 유리한 경제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경제성장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제도학파의 이론도 집행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즉, 경제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이유는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다르고, 행동하는 것과 완수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결국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실제로 무엇을 어떻게 추진해 나가느냐가 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게 될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부디 4만달러 시대를 향해 크고 작은 기업들이 아낌없이 뻗어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 시스템을 구축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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