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사용자 55% 육박 현금 결제는 13.6% 로 줄어 이종산업간 융합 추세 영향 디지털 수단 비중 증가 전망 "정부 차원 로드맵 수립 필요"
#직장인 장주희 씨(32)는 최근 2년간 지갑에 굳이 현금을 넣고 다니지 않는다. 현금을 인출해서 지갑에 넣어다니는 게 오히려 귀찮을 뿐더러 현금이 없어도 카드결제, 간편결제가 가능해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장 씨는 현금이 필요한 경우는 일 년에 단 몇 차례 뿐이라고 말한다.
현물 화폐를 통한 결제보다 신용카드나 디지털 수단을 통한 결제가 늘면서 '현금없는 사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화된 데이터와 네트워크만 있으면 지급결제를 포함한 모든 금융 거래가 가능한, 현금이 전혀 필요 없는 사회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2016년 국내 소비자의 지급결제 방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신용카드 사용자가 전체의 54.8%, 체크·직불카드 16.2%, 계좌 이체·기타가 15.2%를 차지했고, 현금으로 결제한 비율은 13.6%에 불과했다.
기술혁신과 핀테크 등 이종산업간 융합 추세에 따라 세계적으로 현금이 아닌 디지털 결제 수단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최근 차크라보르티(Chakravorti, 2016년)의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 벨기에 등의 국가는 이미 현금없는 사회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한국, 미국, 일본 등도 현금없는 사회 진입 직전의 단계로 분석했다.
차크라보르티는 현금없는 사회를 촉진하는 주요 변수로는 기술의 발전과 현금 사용으로 인한 비용을 지목했다. 기술 수준이 높으면서 현금 사용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이 클수록 현금 없는 사회에 근접하게 된다는 모델을 제시했다.
KEB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우리나라의 경우, 신용카드 사용의 대중화에 힘입어 현금 없는 사회에 어느 정도 근접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단 최근 카드 시장의 성장률이 둔화했을 뿐 아니라 특별한 모멘텀이 없어 현금없는 사회 진입이 다소 정체국면에 있다고 진단했다.
정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현금 없는 사회의 실현을 위해서는 지급결제 산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와 서비스 품질에 대한 신뢰 형성이 필수적"이라며 "국내 지급결제 분야의 핵심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지속적인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클러스터 내에서 사실상 경쟁 관계인 기업들이 상호 협업하며 혁신을 창출한 미국의 실리콘밸리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기술력의 축적이 중요하고 변화가 빠른 업종일수록 실리콘밸리와 같은 개방적 협업과 지식 공유가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또한 하나금융연구소는 정부와 금융사 뿐만 아니라 부가통신사업자(VAN), 전자지급 결제대행(PG)과 같은 지급결제 관련 기업, 핀테크 업체와 스타트업 등 모든 시장 참여자 간의 협업과 제휴, 공동 연구 개발과 지식의 적극적인 공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특정 지급결제 수단, 즉 물리적 매체를 통한 결제 방식에 경도된 서비스 개발 체제에도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 연구위원은 "현금없는 사회의 실현이 미치는 사회적 파급 효과는 긍정적이면서 광범위하다"며 "지급결제 분야의 개방형 혁신과 현금없는 사회를 위한 사회 전반의 변화를 촉진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중장기 로드맵 수립, 업계와 연계한 체계적 실행계획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