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곳 참여 혁신벤처단체협의회 구성… 정책연구·제안 활성화 올 '생태계 발전 5개년 계획' 본격화… 일자리창출 기반 조성 분야별 스타트업 교류·선도기업 매칭 프로그램 등 운영 계획 정부 정책, 창업 지원 넘어 기업 성장 인프라 구축 집중해야 대-중기 하청구조 벗어나 동등한 파트너로 상생·공정경쟁을
■ 신년 인터뷰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지금이 민간 주도의 혁신 벤처생태계 조성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해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2018년,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해 벤처업계가 뜻과 힘을 모아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겠습니다."
성남 판교 크루셜텍에서 만난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크루셜텍 대표)은 이같이 강조했다.
안 회장은 경제와 산업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감을 인터뷰 내내 강하게 드러냈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대를 기록하는 것은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착시효과라는 것이다.
그는 대기업 위주인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산업생태계를 골프장 페어웨이에 비유했다. 골프장 페어웨이 곳곳에 큰 나무가 심어져 있는 게 국내 산업생태계의 현실이라는 것. 큰 나무는 각 산업과 시장 곳곳에서 자리잡고 있는 대기업을 비유한 말이다. 골목상권까지 침해한 대기업들이 일반 서민, 소상공인과 중소·벤처기업의 영역인 페어웨이에 들어와 생태계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큰 나무들이 페어웨이 중간중간에 심어져 있으면 골프 시합을 하기에도 좋지 않고, 큰 나무 주변에는 잔디도 제대로 자라기 힘들다. 크고 오래된 나무들은 페어웨이 중간이 아니라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야 풍경도 아름답고 골프 시합을 하기에도 좋은 여건이 된다.
그는 대기업은 시선을 밖으로 돌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도록 이끄는 동시에 우리 경제를 든든히 지탱하는 울타리 역할을 하고, 그 안에서 중소·벤처기업이 하청이 아닌 대등한 구조로 대기업과 상생하고 공정경쟁하는 생태계가 갖춰져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안 회장은 "정부는 창업 지원에만 정책을 집중할 게 아니라 창업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산업생태계를 전반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특히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이 기존 상·하청 구조에서 벗어나 동등한 파트너로 자리잡도록 사회적 인식과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담= 안경애 IT중기부장
- 작년 2월 취임 후 9대 벤처기업협회장으로서 많은 일들을 소화하고 있다. 어떤 각오로 협회장직을 수락했는지 궁금하다.
"벤처기업협회장은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선거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임 협회장들의 추천을 통해 지명된 사람을 이사회에서 심의·의결해 임명한다.
20년 전 33살 때 첫 창업을 했다. 공동 창업이었고 37살 때 크루셜텍을 창업했다. 벤처 열풍이 불었던 시기도 지켜봤고 IT 버블이 갑자기 꺼진 2000년대 초반도 경험했다. 2008년 금융위기도 거쳤다.
지금도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에서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그러한 변화에 대한 체감도가 낮은 것 같다. 보수적이던 일본도 신기술을 도입하면서 최근 많은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나라 벤처생태계도 변화해야 한다. 협회장을 수락한 이유는 위기감 때문이다. 혁신벤처생태계 조성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해야겠다는 각오다."
- 취임 후 국가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협회 회장으로서 어떤 활동에 집중했는지.
"2017년은 대내외적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난 한해였다. 한국경제의 퀀텀점프를 위한 대안 기업군이 혁신벤처기업임을 인식시키고, 각 후보의 대선공약에 반영해 새 정부의 정책과제로 선정되도록 하기 위해 보고서 발표, 간담회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중소기업청의 부 승격 시 부처 명칭 선정 과정에도 업계 목소리를 내서 '중소벤처기업부'로 확정되도록 했다.
아울러 협회의 정책제안 및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혁신벤처정책연구소'를 설립했다. 연구소를 통해 폭넓은 정책연구를 수행, 관련 정책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가 보다 활성화되도록 협회 차원에서 정부에 관련 제도 보완과 인센티브 마련 등을 적극 건의하겠다. 또 7개의 혁신벤처단체가 뜻을 모아 수평적 구조로 협의회를 발족했다. 현재 13개 단체로 구성돼 있으며 혁신벤처생태계에 속해 있는 다양한 기관 및 단체들과 적극적인 소통으로 참여 단체수를 지속적으로 늘려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기반이 될 혁신벤처기업 관련 정책 제안을 활발하게 할 계획이다."
- 2018년 협회의 핵심 목표를 밝히자면.
"올해 세계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경제성장, 인플레이션, 통화정책의 3가지 측면에서 명실상부한 정상화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 대만 등 주변 경쟁국의 부상 속에 뚜렷한 미래 성장동력 없이 특유의 역동성을 상실하고 있어 새로운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대기업 생태계와 벤처생태계간의 화학적 융합을 통한 '한국형 혁신생태계' 조성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올해는 혁단협에서 발표한 혁신벤처생태계 발전 5개년 계획을 본격 추진하는 해로 만들겠다. 생태계의 톱니바퀴가 맞물리기 시작하는 첫해로, 업계에서 더욱 많은 변화와 혁신이 일어나는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 13개 단체가 참여하는 혁신벤처단체협의회(혁단협) 구성을 이끌어냈는데, 협의회의 미션은 무엇인가.
"이번 정부 5년은 '대한민국의 선순환 혁신벤처생태계 완성'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본다. 과거의 추격형 전략을 통한 국가 경제성장은 더 이상 어렵다. 벤처기업이 작은 기업일 것이라고 막연하게들 인식하는데 그렇지 않다. 네이버, 카카오 등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IT 대기업이 된 회사들이 있고, 많은 벤처기업들도 그 과정에 있다. 실제 2016년 매출이 1000억원을 넘은 벤처천억기업이 500개를 넘어섰다.
이제 중소·벤처기업이 혁신·발전하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유지하며, 대기업과의 균형 생태계를 이루면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혁단협을 통해 앞으로 5년 동안 국내 선순환 혁신벤처생태계를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세부과제와 큰 그림인 '혁신벤처생태계 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해 발표했다. 혁신벤처기업의 성장과 생태계 조성을 위해 애로사항을 발굴하고 규제개혁, 세제, 금융 제도개선 등 지속적인 정책제안 및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기반을 조성할 계획이다. 혁신의 필요성에 동감하는 정보통신기술(ICT)·바이오 등 산업별 단체들을 모아 정부에 필요한 각종 정책, 규제개혁 제안 등을 논의해 큰 목소리를 내겠다."
- 혁신벤처생태계 발전 5개년 계획의 주요 골자가 궁금하다. 또 5개년 계획의 세부과제가 160개인데, 실현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는가.
"혁신벤처생태계 조성 5개년 계획에는 산업과 제도의 칸막이를 없애고 상호 존중하는 경쟁체제와, 아이디어 가치가 존중되는 벤처생태계 구축을 핵심 내용으로 담았다.
160개 과제는 실현할 수 있다. 제시한 대부분의 내용이 이번에 새롭게 나온 내용이 아니라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 오던 것들이다.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다. 혁단협을 구성하는 각 단체에서 보유한 인프라를 활용하고 혁단협 차원에서 해당 소관부처 및 혁신벤처생태계 조성에 대한 뜻을 같이하는 국회의원을 직접 접촉해 성과를 만들어 내겠다. 혁단협, 외부전문가, 소관 부처에서 참여하는 정기적 세미나 형태의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공론화할 방침이다. 이외에 중요 의제별 성격에 따라 국회 및 해당 부처에 직접 접촉해 법률개정, 제도도입, 사업편성, 세제지원 등을 이뤄낸다는 계획이다. 정부 초기 3년 동안 승부를 해야 한다. 집중적으로 세부 의제에 대한 추진경과를 점검하고 사회적 이슈 확산에 노력하겠다."
-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부로 승격해 출범했다. 중기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중기부 장관과 주요 인사들의 오랜 공석으로 조직 정비와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 창업벤처혁신실장 등 인사가 마무리된 후 중소벤처기업 정책 개발과 지원체계가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 민간 영역의 기대 수준에 부응하지 못했던 규제개혁과 벤처투자·회수시장 활성화, 창업안전망 구축과 공정거래 확립 등의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혁신벤처생태계'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 창업벤처생태계를 진두지휘할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이 아직 공석인데.
"창업벤처혁신실장은 스타트업부터 성장형 벤처기업까지 전 생애에 걸친 벤처기업과 이를 둘러싼 생태계를 비롯해 벤처의 핵심인 기술과 인재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로, 넓은 식견과 혜안을 가진 인물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책 수립과정부터 민간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 민간 중심의 정부정책 혁신이 이뤄지고, 현장에서 작동 가능하도록 지속적이고 일관된 실행이 필요하다. 너무 늦지 않게 적임자가 임명돼야 한다."
- 벤처기업협회가 기존 벤처기업들은 잘 대변하지만 스타트업 등 신생벤처에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벤처인증기업만 벤처기업이라는 인식 때문에 생긴 오해인데, 그렇지 않다. 그동안 벤처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제시한 과제 중 상당 부분이 스타트업 관련 정책이다. 창업실패로 인한 부담을 없애기 위한 연대보증 전면폐지, 성장을 위해 필요한 핵심 인력을 유입하기에 부족한 스톡옵션 관련 세법 개선 요구, 창업 후 일정기간 한시적으로 기존 각종 규제적용을 유예하도록 해주는 특별법 형태의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을 제안했다. 벤처원포럼 등 협회가 운영하는 각종 포럼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과 교류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예비 창업자 및 3년 이내 창업자와 선도 벤처기업을 매칭해 선배 기업이 기술 관련 컨설팅, 마케팅 노하우 등을 전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
- 정부의 중소·벤처기업 지원이 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민간 주도의 혁신성장을 위한 방안은.
"1970∼80년대처럼 정부 주도로 성장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 철저하게 민간 주도의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창업생태계 육성은 전세계가 모두 집중하고 있다. 안 하면 우리가 뒤처진다.
단, 생태계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창업만으로 생태계가 이뤄진다는 것은 착각이다. 창업이 곧 일자리 생성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고 그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도 아니다. 결국 기업이 성장해야 한다. 창업도 중요하지만 결국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2016년 말 기준 벤처천억기업이 513개였는데 이들 매출이 약 110조원 정도다. 현재 벤처인증기업을 받았던 기업과 현재 유지하고 있는 기업이 6만5000개인데 이중 천억기업이 5000개만 되면 매출이 1000조원에 이를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이 성장하고 대기업과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 구체적으로 정부 정책에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지.
"정부는 오랜 시행착오를 해왔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벤처 활성화를 강조해 벤처 전용 투자재원을 마련하고 다양한 지원정책과 제도 개선을 해와 창업 여건이 2000년대 초반보다 좋아졌다. 하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 있다. 창업에 대해 부정적인 사회 분위기, 재도전 시스템 부재 등 창업의 걸림돌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R&D 결과물인 기술 보호와 인수합병(M&A) 활성화가 중요하다. 우리나라에는 기술탈취 문제가 만연해 있다. 이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 M&A를 하면 박수 쳐주는 풍토도 마련돼야 한다."
- 회의실에 놓인 발명의 날 '은탑산업훈장'과 무역의 날 '2억달러 수출의 탑'이 눈에 띄는데 기업 CEO로서 2018년을 맞는 각오는.
"크루셜텍은 올해가 지난 3년간 진행한 연구개발(R&D)의 결실을 얻는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17년간 세계 최초 제품 10개를 내놨다. 앞으로도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기술을 누구보다 앞서 선보이고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평가받을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 매년 15억대의 스마트폰이 생산되는데, 지문인식 기능이 탑재된 것은 60% 정도이고 아직 나머지 40%의 시장이 남았다. 우리가 개발한 지문인식 모듈이 더 많은 시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사업을 강화하겠다.
또 별도의 지문인식 모듈이 아니라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동시에 여러 개 손가락 지문을 인식하는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기존 기술에서 한 단계 도약한 기술로, 해킹이 훨씬 어려운 장점이 있다. 또 당뇨 체크를 피가 아닌 입김으로 할 수 있는 기기를 선보여 당뇨 환자들이 혈당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 기기는 스마트폰에 장착해 쓰는 방식으로 상용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