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계는 4차 산업혁명 대응으로 분주하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나라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지만, 초연결 환경에서 정보공유가 광범위하게 실시간으로 이뤄지다보니 세상의 흐름에 대한 인식이 유사해지고, 대응전략도 서로 닮아가고 있다. 물론 자국의 산업구조와 기술수준 및 비교우위요소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그러다보니 연구개발계획 수립 시 What 즉 개발대상을 찾는 노력 못지않게, How 즉 개발전략을 차별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정책기획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왔던 영역이다. 연구개발계획은 '이런 것들을 집중 개발해서 언제까지 이 정도 수준의 기술적·경제적 목표를 달성하겠으며, 이를 위해 얼마의 예산을 투자하겠습니다.'하는 것이 골자로 이는 모든 계획의 핵심적인 사항이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기술력과 자원동원 능력이 월등한 강자들과 경쟁해 우리가 소망하는 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해서는, 멋진 목표 설정과 이를 추구하기 위한 자원동원 계획을 마련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과거 추격자의 입장에서는 What과 How 모두 따라할 만한 성공사례들이 풍부했지만, 퍼스트무버를 지향해야 할 오늘날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물론 4차 산업혁명의 핵심요소들인 인공지능, 데이터사이언스, 시스템반도체, 자율주행차 등과 같이 우리가 추격자의 입장에 있는 영역은 많다. 그러나 이들 영역에서도 선도자들의 과거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기술의 진화 속도와 방식이 선형적·정태적 패턴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선도해야 하는 분야 및 추격해야 하는 분야도 차별화된 접근전략이 더 절실해지고 있다. 물론 How는 큰 그림 제시 이후 세부 기획단계의 일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후 단계에서도 좀 더 상세한 What에 주안점이 둘 뿐, 결국 치밀한 How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현상은 여러 가지 이유에 기인할 것이다. 먼저 차별화된 How를 탐색하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보편적인 접근 경로는 해당분야 전문가집단이라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기술적·산업적 강점 및 경쟁자들의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한발 앞서 더 우수한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진입성과로 연결시키기 위한 전략은 What을 찾는 노력 못지 않게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할 영역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것이 본원적 활동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좀 약한 것 같다.
아무래도 언론, 국회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주 관심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이유일 수 있다. 그렇지만 정책의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What이라 하더라도 탄탄한 How가 비책으로 감춰져 있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업적평가가 멋진 계획수립에만 집중된다는 것도 한 이유인 것 같다. How는 집행단계에서 중요한데, 발표된 계획의 충실한 집행과 마무리는 소위 일 잘한다는 관리들에게는 우선순위를 높게 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많은 보직자들이 업무에 착수하면서 역점을 두는 것은, 더 높은 사람에게 보고하고 세상에 공포할 나의 작품 만들기이다. 그러다보니 짧은 재임기간 내에 실행단계까지 충분히 신경 쓸 마음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4차 산업혁명 도래에 따라 정책패러다임의 변화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과거 우리가 의존해 온 R&D 분야의 성공모델들이 그 유효성을 급속히 상실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움직임이다. 그 논의의 장에 How의 재발견이 있기를 고대한다. 그동안 R&D는 혁신성장의 축으로 이해되었으나 최근 일자리 창출동력으로서의 역할도 부여받고 있다. How에 대한 보다 진지한 고민은 이 만만찮은 미션들을 향한 의미있는 첫걸음이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