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20% 목표 새만금에 GW급 태양광 단지 조성 계획 ICT와 결합한 신산업·일자리창출 기대 플렉서블 태양전지 구부렸다 펴도 전지의 성능 그대로 유지 빛 에너지 통한 효율성 향상 연구 지속 해상풍력발전 제한된 국토 한계성 극복한 발전 시스템 경상북도는 '부유식 발전단지' 구축 가속 차세대 에너지저장장치 LG화학, 배터리 모듈로 에너지밀도 높여 경쟁력 갖춘 전문기업·인력 육성 등 필요
SK텔레콤 직원들이 사물인터넷 전용망 '로라'를 통해 에너지 설비를 원격지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플랫폼을 통해 제어하는 에너지 설비 관리 서비스 'E2MS'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수자원공사가 충주댐에 설치한 수상태양광발전소 모습.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제주시 한경면 해상에 건설된 국내 첫 해상풍력발전단지 모습 연합뉴스
■혁신성장 2018 에너지, 산업 대전환 파도 올라타라
'에너지 대전환의 파도에 올라타라.'세계 재생에너지 산업의 혁신은 기존에 있던 기술이나 생각을 뒤엎고, 에너지 패러다임을 새롭게 정의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길을 열고 있다. 기술 집약형 재생에너지인 풍력과 태양광 산업 등이 강하게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높이는 문재인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은 미래 성장 동력 산업 육성 측면에서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태양광발전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가 감행되면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세계 선도 제품 개발과 가격 인하 등으로 태양광·풍력 연관 산업이 퀀텀 점프를 이루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 기반이 탄탄해야 한다.
전북 새만금 간척지에 기가와트(GW)급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수상 태양광 단지가 조성된다. 한국수력원자력과 발전 공기업 5곳도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45조원 넘게 투자할 계획이다. 고용절벽을 타개하고 고용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재생에너지와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신산업의 출현과 수출 산업화가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재생에너지는 4차 산업혁명의 총아= 인공지능, 신경기술, 유전공학, 뇌과학 등 다양한 학문의 칸막이가 허물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에너지 시스템은 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 에너지저장장치(ESS) 확대 등 분산·자율형 체제로 바뀌고 있다. 마치 다윗과 같은 소규모 플랫폼이 골리앗과 같은 거대 산업군을 무너트리면서 산업 재편을 이끄는 시대가 온 것이다.
LG경제연구원 미래산업그룹은 2018년 디지털 기술 트렌드와 관련해 "사물 인터넷 시대를 맞아 중앙집중형인 클라우드 컴퓨팅에 분산 처리형인 엣지 컴퓨팅이 결합될 전망"이라며 "이러한 컴퓨팅 패러다임 변화로 부품, 기기, 장비 등 하드웨어 기업들의 산업 입지가 좀더 강화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이 최근 주최한 '신재생 3020 전략 포럼'에서 미카 오바야시 일본 신재생에너지연구소 이사도 "일본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2010년에 1% 선에 그쳤지만, 5년 사이에 5∼6%대로 높아졌다"며 "독일도 2000년∼2017년 사이에 6%이던 재생에너지 비중을 35%로 끌어올린 사례에 비춰볼 때 한국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ICT 분야가 경쟁국보다 넓게 퍼져 있고, 기술적으로도 앞선 한국은 재생에너지 혁명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능동적으로 재생에너지의 생산과 저장·판매를 하는 에너지 프로슈머가 그 주역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은 독일, 일본 등에 비해 건물이나 시설 등에 발전시설을 직접 설치해 곧바로 전력을 소비하는 분산형 재생에너지 보급이 미미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7년 만에 태양광 발전사업자에 대한 한국형 발전차액 지원제도(FIT)를 도입, 발전 공기업 6개사가 협동조합이나 농민 등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가 생산한 전력을 20년간 의무적으로 구매하게 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분야 3대 기술= 플렉서블 태양전지와 부유식 해상 풍력 발전, 차세대 에너지저장장치(ESS)는 앞으로 재생에너지 산업의 판도를 뒤집어 놓을 3대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구부렸다가 다시 펴도 성능과 효율이 유지되는 플렉서블 태양전지가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주요 연구소들이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플렉서블 태양전지의 고효율화 경쟁에 돌입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최근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분야에서 세계 최고효율인 22.7%를 기록해 미국 재생에너지연구소 공식 인증을 받았다. 태양전지 효율은 단위 면적당 들어오는 빛 에너지와 태양전지 간 출력 비율을 뜻한다. 페로브스카이트란 부도체·반도체·도체의 성질은 물론 초전도 현상까지 보이는 특별한 구조체다.
바다에 떠 있는 상태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부유식 해상 풍력 발전도 각광 받고 있다. 좁은 국토에서 육상 풍력 건설은 지역 주민 민원 등으로 한계가 뚜렷하다. 부유식 해상 풍력 발전은 깊은 해역에서도 전기를 얻을 수 있다.
경상북도는 '동해안 친환경에너지클러스터 조성계획'의 하나로 2027년까지 경주 앞바다에 500M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구축하기 위한 준비를 서둘고 있다. 세계 최초 부유식 해양 풍력 단지는 이미 등장했다. 지난 10월 스코틀랜드 동부 에버딘 해안에서 약 25km 떨어진 해상에 설치된 30MW 규모의 부유식 해상 풍력 발전단지인 '하이윈드'가 가동을 시작했다고 BBC 등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LG화학은 최근 기존 제품 대비 출력과 에너지밀도를 대폭 높인 차세대 ESS용 배터리 셀과 독립형 ESS 제품인 '스탠드얼론 배터리 모듈'을 동시에 선보였다. 스탠드얼론 배터리 모듈은 배터리 관리시스템을 제품 내부에 실어 각 배터리 모듈을 서로 잇기만 하면 원하는 용량만큼 설계가 가능한 획기적인 ESS 제품이다.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에는 당면한 에너지 문제 해결뿐 아니라 이를 통해 새로운 산업도 만들고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뜻이 포함돼 있다"며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재생에너지 전문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 분야 성공을 위해 분산형 재생에너지 확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공급 비용의 정상화,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가 가능한 재생에너지 사업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의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재생에너지 3대 분야에 대한 투자 적기를 놓쳐선 안 된다는 게 에너지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