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 2018
세계무대 도전하는‘혁신 치료법’


#유전자 가위 분야의 권위자인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지난해 인간 체세포 핵 이식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던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교수와 공동으로 인간 배아에 유전자 가위를 적용해 선천적 심장 질환인 비후성 심근증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교정하는 데 성공했다. 자손에게 질병 유전자가 전달되지 않도록 해 유전병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가능성을 제시한 실험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이뤄진 이 실험은 한국에선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윤리법) 상 불법이다.세계적으로 유전자를 활용한 진단과 치료가 현실화되고 있지만, 한국은 우수한 기술을 갖고도 규제에 묶여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2005년 제정된 생명윤리법은 황우석 사태 이후 인간 배아 유전자 교정 연구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그러나 유전자 가위 등 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국내 생명윤리법상 유전자 치료 연구는 △유전질환,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그밖에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장애를 불러일으키는 질병의 치료 △현재 이용 가능한 치료법이 없거나 유전자치료의 효과가 다른 치료법과 비교해 현저히 우수할 것으로 예측되는 치료를 위한 연구에만 허용된다. 또 유전자 치료는 배아·난자·정자·태아에 대해서는 시행 할 수 없고, 배아 연구의 범위도 난임치료, 근이양증, 희귀난치병 등 22개 질환에 대한 연구로 한정한다. 이에 대해 한국과학기술한림원·한국공학한림원·대한민국의학한림원 등 석학단체들은 "유전자 교정 기술에 대한 국내의 법·제도는 기술적 발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다른 국가에 비해 규제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유전자 치료에 대한 포괄적 금지보다는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유전자교정 기술에 기반한 치료제의 위험성과 혜택을 분석하고, 연구와 임상시험 진행을 승인하는 방식의 유연성 있는 정책 입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유전자 치료 범위를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전환하는 생명윤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신 의원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유전자치료 분야에 있어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환경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관련 연구를 폭넓게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전자 치료의 연구 범위 확대에 대해 연구계와 종교계, 보건당국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어 절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 의원이 내놓은 개정안에 대해 대한바이러스학회와 유전자세포치료학회는 "유전자 치료에 관한 연구는 질병의 예방 및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연구인 경우에는 질병의 종류나 대체 치료법의 유무와 관계없이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반면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체세포치료에 관한 연구의 경우에도 극히 높은 실패율 때문에 심각한 휴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현행과 같이 다른 치료법이 없거나 다른 치료법에 비해 현저히 우수한 효과가 기대되는 경우에 한정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대조적인 견해를 보였다. 보건복지부는 "유전자치료에 관한 연구의 대상 질병 제한을 해외 주요국 수준으로 완화할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구체적인 확대 범위는 관계 전문가 의견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새해에는 이 같은 규제 개선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말 유전자 치료에 대한 연구를 미국, 일본, 유럽 등 해외 주요국 수준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과학기술 규제개선 방안을 확정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구체적인 개선안을 마련해 의료·산업·윤리 등 분야별 전문가가 포함된 생명윤리민관협의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와 공청회 등을 거쳐 추진할 계획이다.

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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