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생산성 OECD '최하위권' 반기업 정서로 해외이전 가속화 충칭 현대차 평균 월급 94만원 울산 '9분의 1'·생산성은 '1.6배' 규제개혁 나선 일본은 U턴 늘어 한국은 수익성 뒷걸음질 '위기'
연합뉴스
이슈분석 1997년 환란 이후 국내 투자없는 자동차산업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올해말까지 20년간 국내에는 단 한 곳의 자동차 공장도 지어지지 않은 반면, 규제개혁에 나선 일본은 U턴하는 자동차기업이 줄을 잇고 있다.
노동유연성과 1인당 생산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으로 추락한 데다, 강성 노조와 반기업 정서 등으로 완성차공장 뿐 아니라 부품업체의 해외 이전도 가속화하고 있다. 최악의 판매 부진으로 위기 징후가 짙어진 현대차의 경우, 지난 22일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됐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창립 이후 처음으로 노사 협상이 이듬해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는 국산차업계가 국내 공장 신·증설 투자를 꺼리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2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1997년 2월 연간 30만대 규모인 대우차의 누비라 군산 공장이 들어선 이후 IMF 외환위기 20년을 맞은 올해 연말까지 국산차업계는 국내에 단 한 곳의 공장도 세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준중형차 누비라를 생산하는 대우차 군산공장의 자동화율도 차체용접라인 97%, 프레스 공장 100%였고, 일부 라인에는 아예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었다. 현대차의 신규 공장 설립도 1996년 아산 공장이 마지막이었다. 강성노조의 잦은 파업과 도요타·폭스바겐보다도 낮은 생산성 등 고비용과 고효율을 감당하지 못한 국산차업계가 더이상 국내에 공장을 짓지 않고 있으며 결국 국내 일자리를 해외에 빼앗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과 부품 산업 등 전후방연관 효과가 큰 자동차산업계에서 국내 공장 신증설이 멈춘 상황에서 현대·기아차의 전반적 수익성이 크게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것은 자동차산업 뿐 아니라 한국 산업 전체의 위기 전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이 현대차 중국 충칭 공장을 방문한 뒤 지난 16일 '한국 자동차 산업 미래가 걱정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린 것을 계기로 국산차업체들의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생산지 국내 이전) 올 스톱' 문제가 다시 부각하고 있다. 송 위원장은 "충칭 현대차 노동자 평균 나이 26세(울산 46세), 월급 94만원(울산 800만원), 생산성 160(울산 100 기준). 품질은 더 좋다"며 월급은 현대차의 9분의 1 수준인 충칭 공장 생산성이 1.6배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현대차 전체 생산량 가운데 국내 공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50% 아래인 48.1%로 떨어진 뒤 계속 하락해 11월 현재 37.6%로 내려 앉았다. 송위원장에 앞서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도 한 강연에서 "현재의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현대차가 10년 안에 생존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가 보지 않은 길'이라는 책에서도 "조선업 불황과 대규모 구조조정 여파가 아직 남문고개를 넘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현대차를 덮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것은 한국 경제 전체에 밀려오는 쓰나미일 것"이라고 썼다.
또한 지난 20년 사이에 일본이 국가 전략 특구와 법인세 인하 등으로 외국으로 나간 자국 자동차업체의 국내 생산 물량을 늘리는데 성공한 반면 한국에서는 일자리를 늘리기는커녕 감산 등으로 역주행했다.
국내에서는 연산 20만대를 트럭 생산을 목표로 했던 대구 삼성상용차가 2000년 퇴출당해 수 많은 실업자가 양산됐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2009년 쌍용차 구조조정 대란에 이어 경영난을 겪던 르노삼성자동차도 2012년 전 직원의 30%가량을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는 등 국내 자동차업계 일자리를 계속 축소됐다"며 "그 뒤 르노삼성은 한국의 노동 유연성 부족으로 수출 물량이 늘어나도 국내 공장 증설을 하기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고 말했다.
반면 엔화 약세 속에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속속 자국으로 생산라인을 유턴시키고 있다. 혼다는 2018년 소형 오토바이 '슈퍼커브'의 출시 60주년을 맞아 새로운 모델을 내놓기 위해 생산거점을 중국에서 일본 쿠마모토로 이전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도요타도 지난해 미국·캐나다 등에서 생산하던 캠리·렉서스 등의 생산설비 일부를 일본으로 유턴시켰고, 닛산도 최근 일본내 생산 비중을 늘린 바 있다. 다른 업체들도 최근 엔저, 규제 개혁, 법인세 인하 등으로 일보 설비와 연구개발 부문을 일본으로 다시 유턴시키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