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투기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자본이득, 배당, 이자 등 상품 내재가치에 대한 자금투입은 투자로, 합리적 기대없이 고위험을 무릅쓰면서 바라는 요행은 투기로 보는 것 같다. 혹자는 자본시장에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도 투기로 본다.
경제적으로는 자본시장에 들어온 자금은 투자로, 도박이나 경마는 투기로 봐야 할 것이다. 전자는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 산업자본이 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포지티브섬 게임인데 반해, 후자는 전체가치는 정해져 있고 소수로 손바뀜만 일어나는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이다.
최근 가상(암호)화폐가 핫이슈다. 가상화폐 가격은 올해 20배 가까이 상승했고 하루 거래대금이 코스닥 시장의 규모를 넘나든다. 학생들도 거래하느라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한 자산가치가 있다 하더라도, 가히 투기광풍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상화폐 가격이 하루에도 급등락하고 있어 투기수요가 꺼지면 튤립파동처럼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유동성이 생산적 금융으로 흐르지 않아 경제 곳곳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상화폐시장이 이미 자본시장 자금을 잠식하고 있다고도 한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무엇보다 갈 곳을 찾지 못하는 엄청난 유동성을 들 수 있겠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로 풀린 유동성이 무려 3.5배나 된다고 한다. 최근 정책금리가 상승추세에 있기는 하지만 장기간 초저금리로 대부분의 상품들이 투자자의 기대수익을 만족시키지 못한 것도 원인일 것이다. 한편, 진입장벽 등을 피해 규제차익을 찾아 떠도는 풍선효과도 한 몫 했을 수 있다.
지난 부동산 종합대책 전의 부동산 투기현상도 이런 복합적 원인이 맞물렸을 것이다. 많은 투자자가 규제장벽이 낮고 변동성이 큰 해외 파생상품시장을 전전하는 현상도 매한가지다. 특히 해외 파생상품시장에 투자되는 자금은 일평균 6조원 이상으로 국내 파생상품시장의 20%에 달하고 있다.
이제야말로 투기광풍을 잠재울 때다. 이를 위해서는 자금공급자와 수요자간 생산적 매칭이 가능하고, 다양한 투자상품을 통해 효율적인 자산관리를 할 수 있으며, 파생상품 등 위험관리 장치가 제대로 갖춰진 자본시장을 통해 유동성이 혁신적 분야로 흐르도록 하여야 한다. 어떻게 투자자를 자본시장으로 끌어 들일 수 있을까. 먼저 시장 진입장벽을 낮추고 변동성 높은 매력적인 상품을 내보여야 한다. 금융위기 이후 취해진 개인투자자에 대한 규제조치는 그때는 적절했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재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개인투자자에 대한 의무교육, 모의거래, 예탁금 예치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는 오히려 투자자가 보호되지 않는 해외시장으로 나가게 하거나 가상화폐로 눈을 돌리게 만든 측면이 있다.
저금리 기조에서 알파 이상의 수익을 내려면 파생상품시장이 필수적이다. 레버리지형 ETF, ELS, ETN 상품이 모두 파생상품시장과의 연계운용으로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은 이를 잘 설명한다. 이런 점에서 선진국에서 도입한 위클리 옵션 등 매력적인 상품의 출시도 투자자를 유인하기 위해서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