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 달 후면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4차산업 혁명이 선언된지 2년이 되어 간다. 그 2년 동안 4차산업혁명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엄청난 속도로 유포되고 급격히 사회의 지배적 미래담론으로서의 위상을 점령했다. 그리고 그것은 정파를 초월한 공동의 이념으로 수용됐고 그 이념은 '사람중심 4차 산업 혁명'이라고 정립됐다.
하지만 혁명은 그냥 일어나는 자연 현상이 아니다. 또 혁명은 지배계층에 대한 분노가 어느 임계점에 도달해 폭발하는 봉기나 반란이 아니다. 혁명은 어떤 사회의 문제점이 더 이상 그 사회의 제도와 관습으로 해결될 수 없을 때, 그렇기에 현사회를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하는 방도 이외에는 길이 없을 때, 기존 역사전개과정의 전복으로 발발한다. 그러나 그 전복은 역사를 과거의 문제가 해결된 미래로 인도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사회에 팽배해 있는 문제에 대한 치밀한 진단과 그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이 선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혁명의 대열에 참가하는 것은 단지 깃발과 구호의 선동에 현혹된 맹목적인 행동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러한 맹목적인 행동은 역사를 어디로 끌고 갈지 모른다. 4차산업 혁명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이유에서 4차산업혁명을 특히 사람중심으로 수행하기 위한 전략은 역사의 현재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필요로 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4차산업 혁명의 진원지는 독일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독일 4차산업혁명 비전이 추구하는 목적인 사회적 시장경제의 계승과 발전은 다보스 포럼에서 4차산업혁명이 시장 편향적으로 각색되는 과정에서 은폐됐다. 또 이 세계 경제포럼의 4차산업혁명 선언을 조급한 추격자의 입장에서 수용한 우리나라는 독일의 4차산업혁명 조차 시장자본 증식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이는 독일이 수행하고 있는 정책의 표피만을 급히 카피해 4차산업혁명을 추진하는 행태로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문제점이 거의 논의되지 않은 채 방기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시장자본의 축적을 목적으로 한 4차산업혁명 핵심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과연 우리사회가 현재 봉착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며 우리사회를 미래로 인도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그래서 반드시 물어야할 질문이 있다. 현재 우리사회는 어떤 상황에 있는가?
무엇보다도 우리사회의 문제가 심상치 않은 상태에 있다는 것을 총체적으로 그러나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는 자살률일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라는 불명예를 갖고 있으며 연간 자살자가 1만 5000명에 달한다. 또 삼성병원의 조사에 따르면 700만명의 인구가 자살을 꿈꾼다고 한다.
자살은 개인이 수행하는 여러 행위 중의 하나가 아니라 그 모든 행위를 종결시키는 총체적 행위다. 이러한 사실을 주목하면, 개인들로 구성되는 사회에서 자살자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문제 역시 사회의 여러 문제 중의 하나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다. 자살이 사회적 문제로서 갖는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자살을 객관적 사건으로 대상화해서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로 생각해봐야 한다. 그러면 자살은 삶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것을 무의미로 통일시키는 총체적 사건으로 밝혀진다. 그리고 그러한 총체적 상황에서 어떤 것도 삶에 가치를 주지 못한다. 아무리 사회가 그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편리한 첨단기술을 제공한다 할지라도. 또 심지어 어마어마한 국가의 부가 구성원들의 생활을 명품으로 채워준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자살을 꿈꾸는 자가 700만에 이른다는 사실은 그 사회에 상당히 많은 문제가 심각한 상태에 있으며, 이러한 문제들이 서로 극단으로 수렴돼 결국 우리 사회는 700만 인간 개개인의 삶을 총체적으로 무의미화하는 최악의 상황을 향해 가고 있음을 폭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민족은 성향적으로 자살을 사랑하는 민족인가. 그렇지 않다. 불과 50년전, 국민 소득이 100달러 불과하던 그 시절, 우리국민의 자살률은 현재의 1/4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체 우리 역사가 50년전 미래인 오늘에 이르는 과정에서, 경제가 300배 성장한 그 과정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불행하게도 이 문제에 대한 진지한 반성의 목소리는 4차산업혁명의 깃발에 묻혀 전혀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왜 300배 경제성장한 사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의 수가 폭증했는지를 성찰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이 없다면, '사람중심 4차산업 혁명'은 불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