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등 연일 속도전
"인력부족 시달리는 현실 외면
대중 입맛 맞는 정책 추진"지적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 한해
특별연장근로 허용 등 강력촉구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부터 근로시간 단축까지 연일 속도전을 벌이면서 가뜩이나 외부 환경변화에 취약한 중소기업들의 존립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정부가 중소기업의 현실을 외면한 채 대중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특히 근로시간 단축 시 극심한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영세기업들이 생존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중소기업인 대표들은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중소기업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 한해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고, 휴일근로 할증률도 현행 수준을 유지해달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영세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을 고려해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며 "지난달 여·야간 합의를 이룬 근로시간 단축 법안을 보완해 연장근로 일부 허용 등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지금도 구인난에 시달리고 고령자나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법정 근로시간이 주당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 경우 인력난이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고 호소한다.

특히 인력 의존도가 높은 주조·용접·열처리 등 뿌리산업은 근로시간 단축 시 산업 자체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납기가 중요한 금형이나 업의 특성상 일 평균 12시간 이상 공장을 돌려야 하는 플라스틱 가공업 등은 기업의 생존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 뿌리기업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 적용은 어떻게든 대처하겠지만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일괄 단축하면 당장 공장을 세울 수밖에 없다"며 "영세기업에 대한 구제책 없이 근로기준법 개정을 밀어붙이는 것은 기업을 사선으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할 경우 중소기업계는 총 44만명의 인력부족이 예상된다. 특히 30인 미만 사업장의 부족인력 비율이 300인 이상 기업보다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 영세기업일수록 이번 법 개정으로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분석됐다.

중소기업계는 3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지난 2015년 노사정 대타협 당시 협의한 것처럼 한시적이나마 노사 합의 시 주당 최대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수당 할증률 또한 현행대로 50%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성택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도 근로시간 단축 시 중소기업 보완대책을 마련하도록 명시돼 있다"면서 "영세기업에 대한 대책 마련 없이 법이 통과되면 중소기업계는 정부에 지원책 마련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입법 단계에서 보완되지 않으면 결국 최저임금 인상 지원책같이 또다시 정부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중기업계가 바라는 정부지원책(복수응답)은 △신규·기존 인력 인건비 지원(61.3%) △추가설비 위한 자금마련(33.7%) △신규인력 채용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29.3%) 등으로 조사됐다. 모두 국민 세금이 투입돼야 가능하다.

한편 중소기업계 대표들은 이날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찾아 업계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당정청 회의를 열고 근로시간 단축 관련 입법안을 논의했다.

박종진기자 truth@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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