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의 내년 예산이 올해보다 7.7%나 감소한 5조2578억원으로 확정됐다. 특히 미래 문화산업의 열쇠를 쥔 콘텐츠 부문 예산은 7430억원으로, 2017년에 비해 4% 수준이 줄었다. 전 정부의 국정농단사건에 문체부가 직간접으로 연루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또 이전 정부의 불필요한 예산들을 대거 정리했다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문화산업의 꽃인 콘텐츠 예산마저 줄였다는 점은 지적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문체부의 정책 의지마저 좀체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문체부 조직 자체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는 분명하다. 그렇다고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까지도 싸잡아서 비난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문체부는 실제 내년 예산을 신청하면서 콘텐츠 부분을 지난해보다 대폭 줄인 6989억원을 신청했다. 오히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 신청안보다 늘어나는 드문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문체부의 콘텐츠 지원 예산을 항목별로 보면 더 심하다. 게임, 가상현실(VR), 문화기술(CT)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지원과 투자가 대부분 크게 줄었다. 게임산업은 올해 641억7300만원에서 내년 554억6400만원으로 13.6% 감소했고, 가상현실은 155억5000만원에서 내년 119억원으로 23.5%나 줄었다. 문화기술 기반 조성사업 역시 59억2000만원으로 올해에 비해 20%나 쪼그라들었다.

콘텐츠 사업의 지원을 담당할 기관 예산마저 줄어 관련 활동의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 콘텐츠 정책 실무를 총괄하는 산하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사업을 지원하는 예산은 올해보다 8% 이상 줄어든 220억5600만원이 편성되는 데 그쳤다. 게임물관리위원회 역시 올해보다 7.1% 줄어든 88억8100만원을 확보하는 데 머물렀다.

전 정권에서 과거로 회귀했던 문화 정책이 다시 진일보할 것이라는 업계의 기대감이 다시 한 번 무너졌다. 전 정권의 덫에 걸려 콘텐츠 산업 자체도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체부는 이런 우려에 대해 오는 13일 콘텐츠 산업 진흥 비전을 통해 발전 방향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탄 없는 발전 방향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 지는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콘텐츠 산업은 미래 우리나라의 중요한 먹거리 중 하나다. 기존 제조업이 성장 한계에 봉착한 상황에서 콘텐츠 산업은 수익 측면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방면에서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중심축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잠시 주춤하고는 있지만 한류 바람은 우리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데 정부는 오히려 관련 예산을 줄이는 것은 물론 정책 의지마저 보여주지 않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다. 5G나 가상현실, 인공지능 등 각종 기술과 인프라를 확보한다고 해도 그 위를 흘러다닐 콘텐츠가 없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결국 남 좋은 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각국은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며 콘텐츠 산업 경쟁력 강화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도 시원치 않아 상황에 뒤로 후퇴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다. 콘텐츠 산업의 위상 강화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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