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급식체'가 유행이다. "이거 실화냐?"부터 시작해 "인정?"을 줄인 "ㅇㅈ?"을 긍정의 질문으로 건네고, "오지고 지리고 렛잇고" 등 단어의 발음을 마치 랩 가사 라임처럼 맞추어 감탄사로 쓴다. 기성세대는 언어의 틀을 파괴하는 청소년 언어생활을 우려하지만, 과연 이 현상이 '요즘 애들'만의 것일까? 그렇지 않다. 전통과 규범을 비트는 데서 쾌감과 신선함을 느끼는 젊은 세대는 시기마다 다양한 은어를 발전시켜왔다. 지식채널e에서는 '청소년 언어 2부작'을 통해 기성세대와 차별화된 존재로서 정체성을 드러내는 청소년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
청소년 언어생활에 대한 폭넓은 연구를 지속해온 대표적인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에서 최초로 '대학생 언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은 16세기. 그때 이후로 보통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독일어를 쓰는 젊은 세대의 언어생활이 관찰대상으로 부각됐다. 18세기, 관찰의 첫 번째 결과로 어휘 모음집인 '대학에서 쓰이는 학술어 사전'(1749)이 출판됐다. 이를 시작으로 '대학생 사전'(1781), '대학생 언어의 방언사전'(1795), '언어와 풍습으로 보는 독일 대학생'(1878) 등이 꾸준히 기록됐다. 20세기 들어 독일 청소년 언어는 중등 교육까지 확대 연구되며 '학생 언어'로 새롭게 지칭됐다. '드레스덴 학생 언어'(1904)는 학생 언어 중 180여개 표현이 정렬된 최초의 연구서이다. 이렇듯 독일에서는 청소년 언어의 특징을 규정하고자 수많은 관찰과 연구를 시도해왔고 이것은 그들의 생활과 태도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됐다.
청소년 언어에 조금씩 다가가는 독일 사회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 나치의 지배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황폐화로 30여년간의 연구 공백기가 발생하게 된다. 이후 재개된 연구에서는 "학생 언어가 기성세대의 사회적 관습과 대치되며 표준어를 위협한다"는 우려가 등장하거나, "불량 청소년 언어" 등으로 지칭되며 비판의 대상이 되거나, "소비 지향적 세대의 언어(1960년대)"로, 한편으로는 "68세대 저항과 장외투쟁의 언어"로 부각되는 등 시대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특징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1980년대 초, 청소년 언어에 대한 진정한 언어학적 연구의 필요성이 다시금 대두하면서 대화 녹음, 인터뷰 등 광범위하게 청소년 언어를 연구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게 된다. 이렇듯
독일은 청소년의 목소리에 직접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면서, 기성세대를 비롯한 대중의 인식도 조금씩 변화시켜 나간다. 현재까지도 독일에서는 해마다 청소년 언어 사전을 편찬하고 있다. 독일의 청소년 언어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를 통한 사회적 인식 변화의 과정을 다룬 지식채널ⓔ '인정의 방법' 편에서 방송된다.
김지영기자 kjy@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