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 양은 최근 친한 친구와 갈등을 겪었다. 친구와 싸운 시점으로부터 이모 양은 심각한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다. 우울하고 무기력한 기분이 온종일 지속된다. 또한 삶에 의욕이 없어 공부 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 딸의 증상이 우울증은 아닌지 걱정스러워 그녀의 부모가 이모 양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 진단결과 이모 양의 증상은 화병이었다. 우울증과는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화병이라니 이모 양과 그녀의 부모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우울증과 화병은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비슷한 부분이 많다. 화병과 우울증의 유사점은 화병진행단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화병은 정신적 충격을 받은 시점으로 격한 분노를 느끼는 충격기를 시작으로 격한 감정이 가라앉고 이성이 돌아오는 시기로 불안증세가 심해지는 갈등기,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단계인 체념기, 화를 억제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신체에 이유모를 통증이 나타나는 증상기를 거친다.

특히 체념기 때 우울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극심한 우울감과 함께 삶의 의욕이 저하되는 현상까지 나타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환자에게 나타난 화병증상을 우울증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화병과 우울증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 우울증과 화병, 그 차이점은?

화병과 우울증의 차이점은 증상과 원인에서 나타난다. 우선 신체적 증상이 동반되지 않는 우울증과 달리 화병은 불안, 우울, 절망, 분노 등의 정신적 증상 뿐 아니라 다양한 신체 증상을 수반한다. 화병은 속 쓰림, 소화불량, 변비, 가슴통증, 가슴 답답함, 허리통증, 두통, 어지러움, 탈모, 식은땀 등의 신체적인 증상까지 일으킨다.

발생하는 원인 역시 다르다. 한의학에 따르면 화병과 우울증이 심장 기능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것은 맞지만 화병은 심장이 과열되는 심열증 탓에, 우울증은 심장이 허약해지는 심열증 때문에 나타난다.

자율신경의 조율하여 정신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심장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의 심신도 당연히 타격을 받게 된다. 홧병이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인 질환이 생기는 것이다. 심장의 기능 이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앞서 말했던 '심열증'과 '심허증'이다. 심장의 문제가 극명히 나뉘기 때문에 치료법 또한 이에 맞춰 이루어져야 한다.

환자의 심장 상태를 정확히 파악한 뒤 그에 맞는 치료법을 적용한다. 복진, 맥진, 설진, 경락기능검사, 혈동태검사, 불안우울척도표 등 체계적인 진단과정이 요구된다. 관련의에 따르면 진단 후 안심, 보심, 청심 치료원리로 심장을 다스리는 정심방 치료가 이뤄진다. 화병치료에는 청심이, 우울증 치료에는 보심 치료가 적용된다는 것. 청심치료의 경우 심장에 냉각수를 보충하여 울화병 등으로 과열된 심장을 안정시키고 자율신경을 바로잡고 오장육부의 균형을 찾아주어 화병증상이 개선되도록 도움을 준다는 설명이다.

우울증 환자에게는 허약한 심장에 기운을 보충하는 보심치료가 이루어진다는 것. 혈이 소정된 심장에 기운을 채워 넣어주어 심허증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심장기능이 정상화되면 몸이 건강해지고 마음도 저절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어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마음을 털어놓는 상담치료도 필요하다. 상담치료를 통해 환자의 상처를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어 환자의 치료 의지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 가족상담, 생활습관교정 등의 치료도 병행된다.

관련의는 "화병과 우울증은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에 헷갈리기 쉽다. 그러나 치료법은 다르기 때문에 체계적인 진단을 필요로 한다. 환자의 심장상태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맞춤 한방치료를 처방받아야만 신속하게 정상적인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고 전했다.

(도움말: 자하연한의원 임형택 원장)

cs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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