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끝내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시한(2일)을 지키지 못했다. 2014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비록 여야가 진통 끝에 4일 예산안 잠정합의에 성공했지만 뼈아픈 선례를 남겼다.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한 이유로 야당에선 청와대와 여당의 불통, 독선을 지목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공무원 증원과 관련한 예산을 방어하기 위해 온몸을 던졌다. 소방관, 경찰관 등 현장 공무원 증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만큼 양보할 수 없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등 야당은 공무원 증원이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퍼주기 예산이라고 반대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대규모 공무원 증원이 미래세대에 짐을 지운다는 야당의 주장을 흘려 들어선 안 된다. 일자리 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17만명 이상의 공무원을 늘리려 한다. 비교적 쉽게 동원할 수 있는 세금으로 '마중물 효과'를 내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야당의 주장을 들어보면, 그 폐해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공무원 1명을 임용하면 20년 이상의 급여가 지출되고 퇴직 이후 30년가량 연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분 지원을 위한 일자리안정자금도 미래세대를 볼모로 잡을 수 있다. 야당이 운영시한을 1년으로 한정하자고 요구했던 이유다. 청와대와 여당은 자칫 미래세대에 커다란 부담이 될 정책들을 공약이란 명분 아래 휘몰아치듯 강요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국회와의 '협치'를 거듭 강조했다. 협치는 대화와 양보, 타협을 통해 진행된다. 자신만의 결론과 정답을 미리 정해 놓고 협치를 말한다면 그건 거짓이다. "이것이 최종 결론이고 양보는 없다"는 독단적인 자세는 소모적 정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회간접자본(SOC)양보 등으로 '패키지 딜'에 성공했지만 독단의 굴레는 그대로 남았다.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여당을 향해 대통령 공약을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회 안팎에서는 홍종학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의 임명 강행 등을 놓고 "문재인 정부의 독단이 우려된다"는 말들이 오갔다. 심지어 여당 내부에서조차 "지나치다"는 반응이 나왔다. 당선 초기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했던 명확함이 갈수록 흐려진 끝에, "핵심 부처인 중기부 수장의 공백이 너무 오래됐다"는 변명으로 변질됐다.

대(對)중국 외교에서도 독단과 자의적 해석이 두드러지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은 봉합됐다는 우리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중국은 기회 있을 때마다 추가적인 사드 대책을 들먹이고 있다. 3불(不) 정책(사드 추가배치·미국 미사일방어체제 참여·한미일 군사동맹 불가)은 상식적인 수준의 기본 정책이라고 우리 정부는 말하지만 중국은 아예 대놓고 못을 박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같은 정부와 여당의 모습에 진보진영 특유의 독선과 우월주의를 떠올리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이 70%를 웃도는 상황에 취해 협치보다는 자의적 판단과 행동에 기울고 있다는 해석이다. 지지율은 고정불변의 숫자가 아니다.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던 '30% 콘크리트 지지율'도 한순간에 거품처럼 사라졌고 그 끝은 결국 탄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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