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노출치료법' 임상단계 진화
PTSD·공황장애 등에 적극 활용
방문할 병원시설 미리 둘러보고
수술 가상체험으로 불안감 줄여
직원 대상 재난상황 안전교육도

서울아산병원 직원이 VR기술을 적용한 교육과정에서 화재를 진압하는 체험을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 직원이 VR기술을 적용한 교육과정에서 화재를 진압하는 체험을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병원에 들어온 가상현실(VR)이 환자 진료와 의료진 교육을 비롯해 내원객 편의와 안전까지 책임지며 다양한 영역으로 파고들고 있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VR은 의료 분야에서 모의 수술을 통한 의학 교육, 가상 재활 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적용되고 있다. 특히 주목받고 있는 분야는 정신건강의학 분야로, VR을 이용해 각종 공포증이나 중독 등을 치료하는 노출치료법은 이미 임상 활용 단계다.

노출치료는 특정 상황에서 나타나는 심리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에게 계획적으로 고통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만들어 감정적 내성을 길러주는 행동 치료법이다. VR은 노출하고자 하는 상황에 대한 정밀한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료진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가장 활용이 활발한 분야는 외상후스트레스 장애(PTSD) 분야로 전쟁이나 교통사고 등의 외상적 상황에 대한 회피, 불안, 재경험 등의 고통을 겪는 환자를 치료하는 목적으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은 내년 1월 '가상현실 치료센터'를 설립해 PTSD와 공황장애를 본격적으로 치료할 계획이다. 앞으로 경도인지장애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로 치료 분야를 확대할 예정이다. 조성진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공황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환자와 치료진이 함께 현장에 가거나 스트레스를 주는 자극에 노출돼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거의 불가능하다"며 "VR을 이용하면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자극을 수위별로 반복적으로 제시하면서 극복하는 치료 단계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병원은 최근 병원을 방문하기 전에 진료실과 병동 시설, 검진센터, 수술센터 등을 미리 둘러볼 수 있는 VR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했고, 앞서 삼성서울병원은 암병원 내 주요시설을 둘러볼 수 있는 '암병원 VR' 앱을 내놨다. VR로 미리 치료를 받을 장소와 과정을 둘러 보면 환자들의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수술을 앞둔 소아가 '뽀로로' 캐릭터와 수술 과정을 가상 체험할 수 있는 영상을 개발해 시청하게 한 결과, 실제 수술에서 마취 전 불안감을 40%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2005년부터 가상현실 클리닉을 운영해 온 강남세브란스 병원은 삼성전자와 손잡고 VR로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VR로 심리상태를 분석하는 진단키트와 의자, 심리 평가부터 교육 ·훈련 과정을 아우르는 VR 정신건강 프로그램, 인공지능 진단 시스템 등을 공동 개발한다.

VR은 병원 내 안전을 강화하는 데도 활용된다. 서울아산병원은 병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 등 재난상황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환자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최근 전 직원 대상 필수 교육 과정에 VR 기술을 적용했다. 김건석 서울아산병원 아카데미소장(비뇨기과 교수)은 "중환자 병동이나 수술실 등은 밤낮없이 운영되기 때문에 모든 의료 현장에서 화재와 같은 실제 재난상황을 가정한 교육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면서 "VR 기술을 활용해 장소적 제약을 뛰어넘고 보다 많은 직원에게 효과적인 교육이 가능해진다면 환자 안전도 견고하게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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