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진출땐 자가 소비 이뤄져 여수산단 입주기업 타격 불보듯" GS측 "사업 강화차원 검토단계"
[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 GS칼텍스가 나프타분해시설(NCC) 사업 진입을 저울질하면서 석유화학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GS칼텍스에서 사면 됐던 나프타를 외부에서 조달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일부 업체들은 석유화학제품 시장에서 GS칼텍스와 경쟁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유 업계는 직접적 영향은 없지만, 비정유 분야 투자 경쟁에 불을 지피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21일 정유·화학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NCC와 폴리에틸렌(PE) 설비 투자를 놓고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NCC는 원유에서 뽑아낸 나프타를 가공해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업종의 핵심 설비다. GS칼텍스는 NCC 관련 사업 진출을 위해 지난해부터 전략·기획 담당 경력직원을 석유화학 기업에서 채용하는 등 사전 준비 작업을 벌여왔다.
업계에선 NCC 사업에 대한 투자 결정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GS칼텍스 합작사인 미국 쉐브론이 찬성만 하면, NCC 사업 진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GS칼텍스 관계자는 "석유화학 사업을 강화하는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며 "쉐브론이 참여하는 이사회에서 의사결정을 할 단계까지 간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해명에도 GS칼텍스의 NCC 진출설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NCC의 기초원료인 나프타 구매 업체들을 중심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GS칼텍스가 NCC 사업에 진출하면 여수산단 내 '제4의 NCC'가 되는데, 이렇게 되면 기존에 나프타를 사가던 업체들은 원료조달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GS칼텍스 여수공장에서 나프타를 공급받는 업체는 여천NCC(195만톤), LG화학(116만톤), 롯데케미칼(100만톤) 등이다. 이들 업체는 GS칼텍스와 중동지역에서 사온 나프타를 원료로 쓴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GS칼텍스가 NCC 사업에 진출하면, 자가 소비가 이뤄져 결국 산단 입주기업들은 여수 외 다른 지역에서 나프타를 사와야 한다"며 "PE 사업분야도 최근 미국에서 셰일 기반의 PC 공장 신증설 계획이 많은 상태라서 제품 가격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GS칼텍스의 NCC 투자 검토 시점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지난 2015년부터 이어진 정유·석유화학 업계 호황 배경에는 국내외 수요 증가가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신·증설 투자 지연에 따른 공급조절 효과도 기여 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변동성에 대한 우려로 그간 대규모 신규 투자에 나서지 못했던 기업들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하고 하나 둘 '눈치 게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국내외 기업들이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늘리고 있는 추세라, 신규 사업에 진출하더라도 투자비 회수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