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싱가포르 등이 인공지능(AI)과 안면인식 기술을 동원해 국민을 감시하는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면서 '빅브라더 사회'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범죄가 일어나기도 전에 국가가 이를 예측해 범죄자를 처벌하는 최첨단 치안시스템이 적용된 20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빠르게 우리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AI와 빅데이터, 생체인식,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 정부와 권력기관은 기술을 활용해 필요한 거의 모든 정보를 손안에 넣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빅데이터와 초고감도 인식, 인간에 버금가는 분석능력을 갖춘 IT시스템은 정부와 자본력이 있는 이들에 엄청난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있다. 싱가포르와 중국의 시도는 첨단기술이 가져올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시도라는 점에서 국내에서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두 나라의 접근방식은 약간 다르지만 취지와 파장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는 AI 알고리듬을 활용해 개발한 얼굴인식기술에다 CCTV 영상과 드론을 동원, 특정 범죄나 테러 용의자를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특히 군중 속에서 범죄 행위가 의심되는 행동까지 포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법 집행기관의 실시간 범죄 예방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게 싱가포르 정부의 계획이다.

그런데 전 국민을 잠재적 범죄 대상자로 보고 실시간 감시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크다. 싱가포르 같은 특수한 분위기에서나 시도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보이지만, 국내에서도 기술발달이 가속화되면 비슷한 취지의 시스템 구축이 시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순기능과 역기능, 이에 대한 대비책을 면밀하게 미리 논의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인공위성과 전국 2000만대의 CCTV를 활용한 범죄자 감시시스템을 구축한 데 이어 13억 국민의 얼굴을 구별할 수 있는 안면인식시스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도 캘리포니아주 등에서 범죄분석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범죄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지능형 CCTV와 연계하는 범죄예측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런 시도는 없지만 범죄 대응 지능형 CCTV와 AI를 연계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 시스템은 좁은 영역에서만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가져올 기회와 함께 역기능에 대한 연구와 공론화가 보다 밀도 있게 이뤄져야 한다. 수많은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고 데이터가 쌓이면 정보의 사각지대가 없어진다는 장점 대신 누군가 이를 컨트롤하면서 역기능을 가져올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순기능은 키우고 역기능은 사회적인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최소화하는 한편 국내 상황과 시스템에 맞는 정보 수집·활용·관리 조직과 제도를 갖추는 작업도 필요하다. 너무 과도한 개인정보보호 같은 불필요한 규제는 풀되,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를 생산적이고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거버넌스에 대해 보다 치열한 논쟁과 협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특히 관련 부처와 기관뿐 아니라 정부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혁신성장과 함께 이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협의를 지속적으로 펼치고 사회적 공감대를 모아가는 역할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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