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디캠프 센터장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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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에는 대개 푹신한 의자를 놓지 않는다. 앉아 있는 게 편하면 좌석 회전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붐비는 시간에 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계속 앉아서 노닥거리면 주인으로서는 복장 터질 일이다. 그래서 일부러 딱딱한 의자를 놓기도 한다.

요즘 '의자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우리 사회에 '푹신한 의자'가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다들 나가서 뛰려고 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 사회의 '푹신한 의자'는 어떤 것일까? 돈도 벌고 명예도 누리고 권력까지 휘두를 수 있는 자리라면 '푹신한 의자'라고 할 수 있겠다. '신(神)도 부러워하는 직장' 역시 '푹신한 의자'일 테고.

문재인 정부는 '혁신성장'을 기치로 내걸었다. 혁신을 통해 성장을 도모하려면 '푹신한 의자'에 앉을 생각만 해선 곤란하다. 박차고 나가 도전하는 선수가 많아야 한다. 산업 분야로 국한해서 말하자면, 창업을 통해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를 혁신함으로써 판을 바꿔야 한다. 혁신성장을 꾀하려면 '푹신한 의자'를 확 줄일 필요가 있다.

'푹신한 의자'를 줄이려면 사회가 좀더 공정해지고 투명해져야 한다. 권력을 쥔 자가 돈과 명예까지 거머쥐고, 이것이 '푹신한 의자'로 비치면 누가 박차고 나가 창업하려 하겠는가.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책 입안자가 기득권자와 결탁해 혁신을 막는다면 창업자들의 의욕은 꺾일 수밖에 없다.

'푹신한 의자'에 대한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푹신한 의자'를 떨치고 나가 걷고 뛰는 것도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창업이 그렇다. 편한 직장을 마다하고 창업한 이들이 세상을 바꾸고 더 편한 세상을 만든다. 이들을 시기하지 말고, 방해하지 말고, 인정해 줘야 한다. 성공한 창업자가 존경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 욕심을 더 부리자면 '푹신한 의자'를 박차고 나간 것만으로도 박수를 쳐줘야 한다. 유치원 때부터 도전하는 아이를 칭찬해야 한다. 야무지게 도전했다면 실패하더라도 등을 두드려줘야 한다. 아이가 커서 사회에 진출할 때까지 도전을 북돋워 주는 풍토가 이어져야 한다. 어느 순간 도전을 포기하고 대학입시 준비에 몰두해서야 되겠는가.

교육부 간부는 입시 중심의 교육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억울하다고 했다. 제도는 사회 구성원들이 합의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냐, 공부 잘해야 일류대학 갈 수 있고, 일류대학 가야 성공이 보장되는데 입시제도를 확 바꿀 수가 있겠느냐는 얘기다. 얘기하자면 긴데, 창업만 놓고 보면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요즘 TV 드라마를 보면 판·검사나 의사 얘기가 많다. 시청자들이 그런 직업을 선호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창업자들의 애환을 담은 드라마도 보고 싶다. 억대 연봉을 뿌리치고 창업한 젊은이, 부모와 연락을 끊고 창업해 성공한 이들의 스토리는 어느 누구의 이야기보다 드라마틱 하다.

창업자들이 일할 공간을 제공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4년 반 동안 '창조경제'를 부르짖었지만 여전히 공무원 시험에 젊은이들이 몰리지 않는가. 인식을 바꿔주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창업자 드라마가 돈이 안 된다면 정부가 지원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사회가 공정해지고 투명해지면 '푹신한 의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없이 앉아 있어도 되는 '푹신한 의자'는 어디에도 없다. 인공지능(AI)이 발달하면 거의 모든 분야가 뒤집힌다. 안전한 직장, 안전한 직업은 없다. '푹신한 의자'에 익숙해진 사람이 이런 사회에서 제대로 적응할 수 있겠는가. '푹신한 의자'에 대한 생각부터 바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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