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종말/스티븐 D. 킹 저/비즈니스맵/1만5000원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으로 세계인들과 소통하고, 애플의 페이스타임이나 스카이프로 먼 거리에서도 영상통화가 가능한 시대다. 인터넷으로 연어 초밥을 배달시킬 수 있으며 유튜브를 통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좋아하는 가수의 동영상도 마음껏 볼 수 있다. 놀랍도록 발전한 과학기술 덕분에 우리는 세계에서 일어라는 일을 예전보다 훨씬 쉽게 들여다볼 수 있다.

이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세계화는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널리 퍼졌다. 지구는 점점 좁아지고 국경의 의미는 갈수록 희미해지며 글로벌 시장에서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학기술 때문에 세계화가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이 책은 전한다. 역사 속에서 단 한 순간도 세계화에서 과학기술이 다른 요소를 압도해 무력화시킨 적이 없다. 만약 과학기술이 유일한 결정요소였다면, 476년 서로마 제국은 치욕적인 몰락을 경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우리의 사상과 제도는 수없이 변한다. 수백년 동안 특정한 세계화의 유형이 유지됐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곤란하다. 변화는 순식간에 극적으로 찾아올 수 있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역사가 그러하다. 이곳에서는 한때 영원히 유지될 것처럼 보였던 이슬람 정치구조가 불과 몇 년 사이에 기독교로 교체됐다. 당시 스페인 남부에 살던 사람이라면 당연히 중세의 세계화는 이슬람의 전파에 달려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당시 이슬람은 기독교 세력의 유럽과 비교할 때 지적, 기술적, 문화적으로 훨씬 앞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슬람이 지배하던 이베리아반도는 권력 투쟁으로 인한 혼돈에 빠졌고 질서는 무너졌다.회원국의 평화와 공동의 이익, 그리고 세계 번영을 위해 미국과 유럽 연합 등 선진국의 주도로 탄생한 세계화는 지금까지 한 나라가 경제적 번영과 평화 유지를 위한 최선의 길로 여겨졌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이런 세계화 추세에 편승하고자 개도국과 신흥국가들은 회원국에 가입하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생겨난 공개 자본 시장과 자유 무역 원칙들을 기본으로 한 접근 방식은 이제 붕괴의 길을 걷고 있다. 서방 세계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실망스러운 경제 성장률로 인해, 서방 국가들은 이제 더는 세계 발전을 위해 자국의 이익을 희생하려 하지 않는다. 이들 국가의 지도자들 역시 이제 자국민을 향해 세계 번영의 목표들을 추구하자고 외칠 수 없게 됐으며, 또 굳이 외치려 하지도 않는다.

이 책에서는 경제학, 역사, 지리, 정치철학 등을 정교하게 버무려 의견을 펼친다. 국경을 넘어서면서 경제적 진보가 이뤄진다는 명제는 결코 불가피한 진리가 아니며 세계화가 반대로 진행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과학 기술은 세계화를 증진할 수도, 파괴할 수도 있으며 경제 성장으로 국가 내 불평등도 증폭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미국의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하락함에 따라 후발 초강대국들이 세계를 자신의 역사를 반영한 재편의 움직임을 펼칠 수도 있고 21세기의 거대한 이민 물결이 국내 안정을 해칠 수 있다. 이 같은 흐름 때문에 세계는 확실히 평평해지지 않고 평평해질 수도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세계화는 한 가지 버전만 있는 게 아니다. 21세기는 다수의 열강이 경쟁하는, 본질 적으로 19세기 제국주의 경쟁과 유사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서방의 세력들은 언제나 행운이 서방 편에 있는 듯 안이하게 믿었지만, 이제는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머지않아 세계화가 몰락하고 '자급자족 경제'의 부활로 그동안 가라앉아있던 경제적, 정치적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진현진기자 2jinh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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