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의혹으로 공석이 된 우리은행의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이달 24일 전후로 개최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정부지분을 대표하는 예금보험공사가 임추위 참여문제를 저울질해 왔지만, 관치 논란이 커지면서 불참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관피아 낙하산' 기용 가능성이 줄면서, 우리은행 전현직 출신이나, 민간 금융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하마평이 일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달 중순쯤 임추위를 개최해 행장 후보자 자격요건 선정 등 후임자 선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임추위 최대 관건은 은행장 후보 자격을 외부인사까지 포함할지 여부다. 앞서 지난 1월 임추위에서는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 계열사의 5년 내 전·현직 부행장급 이상 임원으로 후보 자격을 제한한 바 있다. 민영화 직후인 만큼 은행 내부사정에 밝은 인물을 은행장으로 추천해 빠른 조직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포석이었다.
이번도 사정은 비슷하다. 우리은행은 당초 목표대로 연내 차기 행장을 선임하려면 시간이 촉박하다.
주주총회 3주 전까지 안건을 공시하려면 임추위는 적어도 다음 달 초까지는 차기 행장 후보를 선정해야 한다. 한 달 남짓한 시간에 행장 후보 요건을 정하는 동시에 후보들을 추려 최종 후보를 선임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은행 내부에서는 '인재풀'이 가장 풍부한 한일은행 출신들이 대거 약진하는 모양새다. 은행장 대행체제를 이끌고 있는 손태승 글로벌 부문 겸 글로벌그룹장은 은행 내외부와 상업, 한일 출신들의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이동건 전 영업지원그룹장, 김승규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일출신 OB 인물로는 김양진 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도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상업 출신 후보는 이광구 행장과 다음으로 차기 행장이 유력했던 남기명 그룹장이 동반 퇴진하면서 외부 인물 찾기에 분주하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호반건설 부사장을 지낸 최승남 울트라건설 대표이사가 추천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밖 인물로는 신상훈 우리은행 사외이사(전 신한금융 사장)도 유력한 우리은행장 후보로 거론된다.
정부가 우리은행을 소유했던 시기에는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회장 겸 우리은행장(현재 금융투자협회장)과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 등 외부 인사들이 줄줄이 행장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외부출신 기용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은행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 과거 은행 내부를 전혀 모르는 인물들이 행장으로 왔을 때 파생상품에 투자해 1조 원대의 투자손실을 봤고 '묻지마 인사권'을 휘둘러 은행업무에까지 차질을 준 기억들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면서 "침체 된 은행 내부 조직과 사기를 품을 수 있는 내부출신 은행장을 원하는 게 다수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이사회는 이달 24일을 전후로 주주명부에 등재된 주주에 한해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 의결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주총 일정은 추후 확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