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한달새 40원 하락 현대 25%·기아 40% 국내 수출 하락 장기화땐 수익타격 불가피 엔저효과 일본차 공격 마케팅속 글로벌시장 경쟁력 밀리나 우려
원·달러 환율이 한 달 새 40원이나 떨어지는 등 13개월째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가뜩이나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국산차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면서 수익은 줄고, 엔화 약세를 등에 업은 일본차와 경쟁은 갈수록 불리해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산차 업계는 원·달러 환율이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꾸준히 하락하자 수익성 저하를 우려하며, 환율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동차 수출 물량의 90% 가량을 차지하는 현대·기아차는 환 헤지와 해외 생산기반 구축 등으로 당장 큰 손실은 없지만, 원화 강세가 장기화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국산차 매출이 42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전체 해외판매 중 국내 수출물량이 각각 25%, 40% 가량이다. 현대차는 중국에만 5개 등 해외공장이 많지만, 기아차는 미국, 중국 등 4곳에만 현지 생산시설을 갖춰 수출 비중이 높다. 원화 강세가 장기화하면 먼저 기아차 수익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달러로 대금 결제를 받고 원화로 환전 시 환율에 따라 금액 차이가 커, 똑같은 물량을 팔아도 환율에 따라 벌어들이는 돈은 수백억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해외 시장에서 일본차와 가격 경쟁에서 불리해진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원화 가치만 오르고 엔화는 약세인 경우, 미국·아시아 등 해외 시장에서 한국차 경쟁력은 일본차에 크게 밀릴 수밖에 없다.
올해 일본차가 해외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며 큰 폭의 성장세를 올린 것도 엔저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지속된 엔저로 수익이 증가한 일본차는 미국 시장에서 마케팅을 대폭 강화하고 딜러 인센티브를 높여 판매가 확 늘었다. 다양한 브랜드를 취급하는 메가 딜러들은 한국차 대신 마진이 높은 일본차 판매를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미국시장에서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올 들어 9월까지 점유율이 7.5%로, 2009년 이후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도요타는 지난 3분기 미국 시장점유율이 15%로 2009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엔저로 도요타, 혼다, 마쓰다 등 대부분 일본차 브랜드가 좋은 실적을 내면서 일본차 전체의 순이익도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33% 가량 급증한 1조1600억엔(11조8900억 원)으로 나타났다.
국산차 업체 관계자는 "환율 때문에 해외에서 번 돈이 그냥 날아가는 경우가 많아 수출기업은 환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원화 강세이면 결산 때 손해를 보고, 최대 경쟁 상대인 일본차가 엔저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 해외 판매가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