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세안 TF팀 구성 베트남·인니 공장 추진도 중국, 현지 업체 지분 인수 실용성·가격 경쟁력 앞세워 현지 신뢰도 높은 일본 차 시장 점유율 80% 압도적
기아차 모닝.
토요타 비오스
현대차 그랜드 i10
한국과 중국, 일본이 성장잠재력이 큰 동남아시아 자동차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한판 격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토요타 등 일본 브랜드가 절대적인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중국 완성차업체들도 생산라인 증설, 현지업체 인수·합병(M&A) 등으로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아세안(ASEAN) 태스크포스 팀을 꾸려 등 동남아 시장 공략 채비를 서두르는 한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에는 상용차와 소형차 생산 공장 건설도 추진 중이다. 현대차 'i10', 기아차 '모닝' 등 경·소형차는 최근 수년 새 베트남 등 현지시장에서 '국민차'로 큰 인기를 끄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올 들어 '사드 보복'으로 중국시장 부진에 빠진 현대·기아차는 인도·러시아 등은 물론, 동남아 시장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자동차업체들도 동남아 공략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동차 산업 진입 시기가 늦고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떨어져 선진국 시장 진출을 힘들지만, 실용성 위주의 소형차와 상용차 위주로 성장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은 중국업체들에게도 도전해 볼만한 시장으로 꼽힌다. 특히 중국 자동차는 한국과 일본 차에 비해 높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소득 수준이 낮은 동남아 시장 점유율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최근 수년 새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위주로 생산 라인을 건설하거나 현지 자동차기업 지분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상하이자동차는 태국과 인도네시아에, 베이치푸톈은 태국에, 베이징자동차그룹은 말레이시아에 공장을 가동하거나 건설 중이다.
지리자동차는 말레이시아 프로톤 지분 49.9%를 인수해 동남아 진출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프로톤은 동남아에선 유일하게 자동차 자체 개발 능력을 갖춘 회사로 1993년만 해도 현지 자동차 시장 점유율 74%를 차지했다. 지리자동차 등 중국업체의 동남아 현지 기업 인수는 무관세 혜택을 이용해 동남아 시장에 파고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세안상품무역협정(ATIGA)에 따라 내년부터 역내 완성차 수입관세가 완전히 없어지면, 아세안 국가에서 생산한 차량을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한국과 중국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일본 브랜드 위주의 동남아 시장 구조가 빠르게 바뀌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은 이미 50년 전부터 태국과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동남아에 집중투자해 현지시장에서 신뢰도가 높고 쉽게 무너지지 않을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브랜드들의 동남아 시장점유율은 80%가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중·일 3개국이 동남아 시장을 양보할 수 없는 이유는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현재 동남아 10개국 연합체인 아세안의 자동차 시장 규모는 지난해 판매량 기준 316만여대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체 판매량 8400만대의 약 3.8%에 불과하다.
하지만 6억3000만명의 인구와 높은 경제성장률로 국민들의 소득이 늘면서 차량 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앞서 포스코경영연구원은 2020년 아세안 지역의 자동차 판매량이 480만대를 기록해 세계 6위권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기관 BMI도 올해 동남아지역 차량판매 증가율이 8.1%를 기록, 아시아 전체 증가율(3.7%)을 크게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캄보디아, 필리핀, 베트남의 승용차 판매는 각각 20.4%, 19.2%, 18%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산차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등 동남아 자동차 시장은 한·중·일 아시아 자동차 강국들이 모두 눈독을 들이는 시장"이라며 "지난 수십 년간 일본업체들이 절대적인 시장 지위를 차지해 왔지만, 한국과 중국 브랜드들이 높은 상품성과 낮은 가격으로 공략을 본격화하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서서히 시장 판도가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