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발언 없이 절제 … 단호했던 대북경고

국회연설, FTA 등 언급 없어
김정은 '독재자·폭군' 비난속
"더 나은 미래 제공 생각있다"
'강온양면' 화법 구사 눈길
정상회담선 '일방 행보' 자제
트럼프, 1박2일 국빈방문 평가

한국을 국빈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종전과 사뭇 달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7~8일 1박 2일 방문 기간 동안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와 같았던 돌발 발언은 없었고, 거칠고 투박한 말로 한국을 자극하지도 않았다. 앞서 일본 방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틈날 때마다 양국의 무역 불균형 해소를 언급하고 무기 구매를 압박했다. 때문에 방한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요구 등 상당 수준의 통상 압박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국회 연설에서 통상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이에 대한 대응 문제, 북한의 인권문제를 지적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통상과 관련해 짧게 언급했을 뿐 'FTA'란 단어조차 사용하지 않았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폭군', '독재자'로, 북한을 '지옥'이라고 강하게 비난했지만 사전에 준비된 연설 원고에서 크게 벗어난 '돌발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경고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고 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과소평가하지 말라. 우리를 시험하지도 말라", "북한 체제는 과거 미국의 자제를 유약함으로 해석했다. 이는 치명적인 오산"이라고 했다. 특히 "역사에는 버림받은 체제가 많은데 그들은 어리석게도 미국의 결의를 시험했다. 미국이나 동맹국이 협박받고 공격받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와는 달리 절제된 표현을 사용한 것은 북한에 대해 확실하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를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절제 속에 담았다는 평가다.

오히려 김 위원장을 향해 "당신이 지은 범죄에도 불구하고 (핵·미사일을 포기한다면) 우리는 나은 미래를 제공할 생각이 있다"며 "빛과 번영을 미래를 위해서는 북한의 지도자가 도발을 멈추고 핵을 폐기하는 것뿐"이라고 강온양면 화법을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단독·확대 정상회담에서도 특유의 '일방통행식 행보'를 자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기간 중 발언 등을 자제한 것은 올해 보수정권이 무너진 한국의 정치 상황과 중국의 안보 간섭 가능성이 높아지는 동북아 안보 정세 등을 감안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국회를 자극해 미국에 대한 반발심리가 확산할 경우 미국이 공 들이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차질이 빚어지는 만큼 한국과의 관계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이호승기자 yos54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