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OECD 디지털 경제 전망 보고서 최신호는 현재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디지털 변혁의 모습과 우리의 디지털 경제의 현실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미국의 벤처투자 동향은 2013년 말부터 소위 4차산업혁명의 가능성으로 새로운 투자 열풍이 불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 70% 이상이 ICT에 집중되고 있는 와중에 현재 ICT 톱 15개 중 미국이 9개, 중국이 6개로 중국의 급속한 부상과 G2의 집중현상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된다.

우리나라는 전체 부가가치 생산의 10% 이상을 ICT가 담당해 이 비중이 가장 높다. 그런데 그 대부분이 제조업이고 통신, SW, IT서비스 등 다른 분야의 기여는 매우 작은 편중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 결과 대학에서 정보통신전공 비율은 가장 낮은 군에 속한다. SW산업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서 3D 산업으로 전락해 SW 기피 현상이 빚어내는 결과다. 부가가치 비중과는 달리 고용기여가 4%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 분야의 국제적 고용의 추세를 보면 통신과, ICT 제조업은 고용이 줄고 있고 SW와 IT서비스 부분만이 고용이 늘고 있는 현상을 감안하면 지금의 제조업 중심의 구조는 고용창출에서 앞으로 큰 기대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소수 ICT 제조업의 탁월한 성과는 여러 통계의 착시현상을 가져오고 있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연구인력의 50% 가까이가 ICT 산업에 편중돼 있다. 투자가 매우 높은 나라로 평가되지만 이 대부분이 IT제조업에 편중돼 있고 다른 산업은 미래 투자가 부진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각종 규제로 인해 디지털 혁신을 봉쇄하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2008년만해도 우리나라와 차이가 없었던 핀란드의 ICT비중은 노키아의 몰락 이후에 큰 차이로 처져 있다. 대규모 기업의 국제경쟁력의 유지가 국민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볼 수 있다.

이 보고서는 통신의 품질과 가격에서 우리가 최고의 혜택을 누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광대역 통신망의 보급과 속도는 최고이고, 유선 통신의 가격은 OECD 평균 가격의 1/2 수준이고 무선 통신 가격 또한 월등히 빠른 속도로 인하돼 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시장실패를 주장하며 통신의 시장개입을 강변하고 있지만 근거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 가지 주목할 일은 통신의 투자 비율이 조사대상 국 중에서 꼴찌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의 과도한 정치적 개입으로 인한 통신의 미래 수익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통신사들이 투자를 축소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과도한 시장개입으로 통신의 수준을 현격하게 저하시킨 이스라엘의 실패 사례의 반복이 아닌지 검토가 필요하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일자리의 중계의 급격한 증가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온라인 일자리 중계 플랫폼에 등록 사용자 수가 약 5000만명으로 증가했고 프리랜서 사이트 한 개에서 2016년 약 3조원에 해당하는 일자리 들이 중계되고 있다. 이렇게 유연한 노동의 중계로 치닫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정규직화 등 노동시장의 경직화 쪽으로 정책을 몰고가는 것은 기술의 진보와 역행하고 있는 현상이다.

우려할 일은 디지털 변혁의 부진이다. 55세 이상의 장년층 특히 교육 수준이 낮은 층이 디지털 경제에서 상당수 소외되고 있다. 높은 스마트 폰의 보급률에도 온라인 구매의 비중은 OCED 평균 이하이고 클라우드의 이용 또한 뒤에서 세번째로 부진하다. 즉 인터넷을 정보의 저장과 공유보다는 대부분 휘발성 있는 개인적 용도에 국한되고 있고 번거로운 지불결제 시스템 등으로 인해 중장년층이 소외되고 있으며 개인정보의 탈취 위험도 큰 나라로 개인 사생활 침해를 경험하는 비중에서도 1위로 나타나고 있다. 모바일 의료 등의 새로운 이용 사례는 규제로 인해 OECD 통계에서 아예 제외돼 있다.

기업의 디지털 기술 활용은 더욱 크게 문제점을 들어내고 있다. 기업의 웹 페이지, 전자구매, 클라우드 기술, 빅데이터 활용, CRM, 전자상거래의 활용에서 OECD의 평균에서 크게 못미치거나 최하위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나친 개인정보 보호법과 각종 규제, 그리고 정부에 대한 신뢰부족 등이 가져오는 현상이다.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깔아 놓고는 디지털 변혁은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딜레마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다른 나라와 달리 2만불대 소득구간에서 정체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가 이 보고서를 보다 심각하게 읽어야 하는지가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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