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4차산업혁명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아직까지 4차산업혁명의 실체가 뚜렷하지 않지만 변화의 움직임은 시작되고 있다. 변화는 때에 따라서 기존 질서의 대변혁으로 연결될 수 있으며, 이를 잘 활용한다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사회를 설계하고 신산업이 주도하는 혁신성장을 제대로 추진하는 동력이 된다. 따라서 4차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는 지역에게는 새로운 기회이자 위기이기도 하다.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은 전통산업이 점차 쇠퇴함에 따라 발전의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각 지자체들은 신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신산업 육성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전통 전략산업의 고도화이다. 왜냐하면 전통 전략산업은 향후 추구하고자 하는 신산업의 뿌리이기도 하고, 또한 현재 지역 일자리를 책임지는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은 4차산업혁명을 바탕으로 기존 주력산업과 신기술을 융합하여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당위성이 성립한다.
참여정부 이후 지방정부에서도 점차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지역의 절대적 부족한 예산 때문에 과학기술 관련 사업들은 후순위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과학기술은 지역주도가 아닌 중앙정부 주도로 추진돼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나 지역의 기대와는 달리 지금까지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은 단기적 성과와 '현재의 수행능력' 만을 강조함으로써 수도권 등 특정지역에 예산이 집중돼 기술혁신역량의 양극화를 초래했다. 이에따라 지역의 과학기술은 자력 발전 보다는 중앙정부에 의존하고 예산획득을 위한 경쟁만 가중되는 비효율적 구조가 고착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0월 16일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발표한 '문재인 정부 과학기술 중심 지역혁신 기본방향'은 지역 현실을 잘 반영해 지역주도의 과학기술 발전 방향을 올바로 제시하고 있어 반가운 일이다.
이번 기본방향의 핵심은 지역의 자율성 강화를 통한 자생적 혁신 생태계 조성이다. 중앙정부 주도의 지역정책에서 벗어나 지역 주도로 혁신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지역 혁신성장을 달성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지역이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R&D재원을 확충하고, 스스로의 연구개발 기획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간 지역은 열악한 재정 여건과 국비 매칭 위주의 R&D투자로 인해 지역맞춤형 사업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되지 못했는데, R&D 포괄보조금 제도가 활성화되면서 지역주도의 전략적 투자를 바탕으로 자생적 성장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같은 지역주도 기술혁신을 위해 지자체 스스로의 선제적 준비가 요구된다. 무엇보다 지역의 미래 성장전략의 수립과 R&D기획 전문성 제고를 위해 부산의 BISTEP 사례와 같은 R&D기획 전문기관 설립·운영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지자체 R&D예산에 대한 심의 및 배분·조정을 위한 실무적 거버넌스가 구축하는 한편 혁신성장의 핵심인 R&D 확대와 투자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지금까지 지역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책들이 있어 왔지만 대부분 중앙정부의 일방적 시각에서 진행된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의 지역혁신 기본방향은 지역 현실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어 기대가 크다. 다만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정부과 지역이 소통하고 협력해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 막 시작하는 새정부의 과학기술중심 지역혁신 정책이 제대로 실행되어, 지역이 대한민국 4차산업혁명 시대의 명실상부한 주인공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