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매입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공급하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 서초, 강남 등은 비싼 보증금 탓에 신청자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학재 바른정당 의원이 서울시와 SH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가 공급하는 장기전세주택에 해당하는 아파트 단지 수는 71개로 세대수는 3230세대다.

이들 단지의 전세보증금은 적게는 6382만원에서 많게는 7억3500만원에 이른다. 서울시는 2007년부터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해 전량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하고 있다. 장기전세는 주변 시세(전세보증금)의 70∼80% 수준으로 최장 20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서울시의 공공임대주택 방식 중 하나다. 서울에 거주하는 무주택세대구성원 중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사람에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장기전세주택 전체 71개 단지의 30%가 서울에서도 집값이 가장 비싼 강남구와 서초구에 있는데 신청자가 없거나 당첨자 미계약이 무더기로 나오고 있다. 현재 전체 장기전세주택 3230세대 중 공가는 82세대(2.5%)에 지나지 않지만 전체 공가 82세대 중 강남구와 서초구에 있는 장기전세주택의 공가는 58세대로 71%를 차지했다.

공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서초 래미안신반포팰리스로 81세대 중 31세대(38%)가 비어 있었다. 이어 서초교대이편한세상(16.7%), 래미안서초에스티지(15.4%), 서초삼익롯데캐슬프레지던트(14.3%), 서초푸르지오써밋(14.3%), 강남 래미안그레이트2차(9.1%) 순이었다.

강북에서는 동대문 일성트루엘(5%), 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4.3%) 등이 공가율이 높았다. 강남 장기전세주택의 공가율이 유난히 높은 까닭은 전세금이 시세의 70∼80% 정도로 저렴하다 해도 시세 연동으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전세금이 통상 5억∼6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신청기준을 충족한 사람들이 입주자로 선정돼도 실제 계약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SH공사는 공가를 처리하기 위해 추가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면서 전세금을 내려서 책정하고 입주 신청을 할 수 있는 소득 기준을 대폭 완화했지만 공가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강남에 장기전세 주택을 매입할 돈이면 강남권보다 저렴한 서울 시내 다른 지역에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지 않겠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은 "앞으로 강남 지역에서 재건축이 늘면 서울시 장기전세주택도 추가로 공급될 텐데 강남권 재건축단지 내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의 공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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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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