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사우디아라비아 DB 프로젝트 사업이 수출 시발점 UN전자정부 평가 3회 연속 1위… '세계 최고' 수준 유지 2015년 한해만 수출 5억달러 넘어… 5년만에 5배 고성장
2016년 11월 11일 오전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국, 영국, 뉴질랜드, 이스라엘, 에스토니아 5개국은 전자정부 혁신과 국가간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Digital-5(이하 D5) 부산선언문'을 체결했다.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선언문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맹형규 행안부 장관(왼쪽)과 레나또 브루네따 이탈리아 행정혁신부 장관이 '한-이탈리아 정보화 협력 MOU'를 체결하고 악수하고 있다.
■전자정부 50년 (3)글로벌 '행정한류' 꽃피우다
1978년 말. 사우디아라비아 왕립과학기술연구소는 연구소 내부 데이터베이스(DB) 구축계획을 세우고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 구축 작업은 미국의 민간 소프트웨어회사인 인포매틱스와 협상을 진행해 사실상 협업이 내정된 상태였다. 이 과정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측은 성기수 한국과학기술연구소 박사에게 프로젝트 관련한 자문을 구했다. 성 박사는 1970년대 정부 예산업무 전산화를 처음으로 추진하며 오늘날 행정전산화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성 박사는 단순 자문으로만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측에 "한국의 한국과학기술연구소 전산개발센터가 단순한 자문 차원을 넘어 전산화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직접 맡아 구축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회심의 카드였다. 당시 국제 관례상으로도 내정 상태에 있는 프로젝트에 개입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성 박사는 그동안 한국이 가꿔온 전자정부 소프트웨어(SW) 개발 경험과 기술을 글로벌 무대에 보여주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성 박사의 발언을 시작으로 공을 들인 끝에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왕립과학기술연구소의 과학기술정보 DB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그동안 주한미군 프로젝트나 한미연합사령군과의 SW 개발 협업을 진행한 사례는 있었지만 순수 해외 프로젝트는 처음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전자정부 수출과 '행정한류'의 시발점이 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소가 이미 미국 인포매틱스와 1년 넘게 협상을 진행해온 사우디아라비아 왕립과학기술연구소 프로젝트 계약을 따올 수 있었던 설득 포인트는 철저한 '현지화'였다. 성 박사에 이어 이 프로젝트를 실제 계약으로 성사시킨 이단형 박사는 미국의 기술을 그대로 들여오면 소프트웨어 자체를 장식용으로 들여올 순 있지만 현지화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사우디 측의 마음을 돌려놨다. 이 박사는 사우디아라비아 측에 "한국은 맨땅에 헤딩하면서 한국화를 해온 기술인데 그 과정을 당신들한테 그대로 전수해 현지화를 시켜주겠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바로 다음날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1980년부터 9년간 진행된 DB 프로젝트는 우리 전자정부 시스템이 사우디아라비아 시장에 수출되는 시발점이 됐다. 특히 이를 기회로 중동지역 국가들의 굵직한 국가행정업무 전산화 프로젝트들을 줄줄이 수주하게 됐다.
당시 프로젝트에 참여한 조영화 박사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예멘, 쿠웨이트, 카타르 등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로부터 사우디아라비아만 하지 말고 걸프협력회의 6개 나라를 연합으로 해달라는 러브콜이 쏟아졌다.
이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전자정부 시스템 발전에도 기여했다. 이 프로젝트의 영향으로 1990년도부터 국내에서도 국가 과학기술정보체제 구축이 본격화한 것. 1989년 예산 확보를 통해 국가 데이터베이스 체제와 분산통합 및 표준화시스템이 구축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왕립과학기술연구소 프로젝트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 세계 1등 전자정부 국가로= 1980년 첫 전자정부 수출 후 4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현재, 한국형 전자정부는 세계에서 으뜸으로 평가된다. UN 전자정부평가 3회 세계 1위 입상이 이를 뒷받침한다. UN 전자정부평가는 UN 경제사회처(DESA)가 190여 개 UN 회원국을 대상으로 정부시스템을 통합 평가하는 것이다. 전자정부 발전 정도를 가늠하기 위해 UN 경제사회처는 회원국의 전자정부를 전자정부발전지수 및 온라인참여지수로 수치화했다. 전자정부발전지수는 온라인서비스지수, 정보통신(IT) 인프라지수, 인적자본지수의 3개 하위지수로 구성돼 엄격한 평가를 거친다.
UN 경제사회처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각국의 전자정부를 매년 평가해 발표했다. 2008년 이후부터는 2년마다 평가순위를 내놓고 있다. 성공적인 전자정부를 구축할 수 있도록 회원국 간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평가목적인 점을 고려하면, 전자정부 부문에서 가장 공신력 높은 평가다.
우리나라는 2010년에 처음으로 전자정부 발전지수, 온라인참여지수 부문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이러한 성과는 2008년도 전자정부평가 당시 전자정부발전 지수 6위, 온라인참여지수 2위에서 상승한 결과다. 특히 전자정부 서비스의 편의성·안전성 등을 측정하는 '웹 수준' 지표와 온라인 정책참여 용이성을 나타내는 '온라인참여지수'는 만점을 기록했는데, UN 전자정부평가에서도 만점은 처음이었다.
두 가지 지표 상승은 우리나라가 전자정부 세계 1위에 오르는 직접적 원인이 됐다. 당시 정부는 정책방향을 정보화 활용과 소통·융합 중심으로 전환해 전자정부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렸다. 또한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구성, 정보기술(IT) 특보 임명, 투자 확대 등의 다양한 전자정부 활성화 정책을 내놓으며 성장 기반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전자정부 소관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전자정부 평가를 내다보고 이미 1년 전부터 'UN 전자정부지수 제고계획'을 수립했다. 이 업무지침을 통해 행안부는 관계 부처들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 부처별 웹사이트에 대해 사전평가를 실시하며 개선했다. UN 평가기관에 대한 한국 전자정부 홍보, 평가기관 고위 관계자 면담 등을 통해 한국정부의 강력한 전자정부 추진 의지와 정책성과를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등 전략적인 대응을 이어나갔다.
2010년 UN 전자정부평가 1위 달성은 이러한 적극적인 대응이 효과로 나타난 덕분이다. 우리나라는 2010년에 이어 2012년, 2014년에도 1위를 기록해 3회 연속 세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가장 최근 평가인 2016년 평가에서도 세계 3위에 오르는 등 전자정부 구현 면에서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전자정부 시스템 수출 5억달러 돌파, '행정한류' 꽃피우다= 2010년 전자정부 세계 1위를 달성한 한국형 전자정부는 2015년 전자정부 수출액 5억달러를 돌파하기에 이른다. 2015년 한해에만 5억3404만달러를 수출한 쾌거는 정부와 국내 500여 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협동해 이룬 성과다. 특히 전자정부 세계 1위를 차지한 2010년 수출 기록 1억달러 달성 후 5년만에 5배 이상의 성장을 이뤄냈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높은 평가가 실질적으로 산업계에 새로운 사업기회 발굴로 이어졌음을 시사한다.
지역별 수출비중은 아시아 38.5%, 독립국가 연합(CIS) 28.5%, 아프리카 26.7% 순이었다. 2014년 대비 아시아가 29.7%에서 38.5%로, 구소련독립국가연합은 23.4%에서 28.5%로 각각 비중이 늘어났다. 아시아와 구소련독립 국가연합 지역의 전자정부 수출실적이 늘어난 배경은 중점 협력국가 간의 협력사업 분야와 수출액이 급성장한 결과다.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이 중점 협력국가에 포함된다. 수출품목으로는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디지털수사프로그램 등 안전 분야가 1억2928만달러로 가장 큰 비중(24%)을 보였다. 아울러 지능형 원격검침 등의 전력 시스템(23%), 교통시스템(19%) 등이 전자정부 5억달러 달성에 효자 품목으로 선정됐다.
IT업계의 화두인 사이버보안 분야는 2014년 2건(558만 달러)에서 2015년 8건(3996만달러)으로 급증하며 글로벌 각국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어냈다. 전통적인 수출품목인 조달시스템과 특허시스템도 2203만달러와 732만달러로 증가했다. 전자정부 해외수출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 IT 일반품목의 단순한 수출이 아니다.
하드웨어에 녹인 한국의 행정시스템 경험과 '문화'를 함께 수출한다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전자정부 수출 5억달러 달성을 통해 쌓은 IT강국 이미지는 대기업은 물론 역량 있는 국내 중견 IT 기업의 해외진출 과정에 도움을 주는 무형적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