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우리나라의 수출 효자 산업 노릇을 톡톡히 하면서 경제 회복까지 이끌고 있다. 하지만 점점 가중되는 반도체 쏠림 현상은 앞으로 경제 회복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반도체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시황에 민감한 제품의 특성 등을 고려하면 변수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금 상태로는 반도체 업황에 따라 경제가 휘청일 수도 있다는 경고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메모리반도체 2강으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모두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뒀다. 금융감독원 등에 의하면 두 회사가 3분기 석 달 동안 반도체 사업에서 거둔 영업이익만 무려 13조원에 이른다. 이 같은 반도체 업계의 선전은 수출 호조는 물론 경제 회복으로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의하면 3분기 GDP는 392조672억원으로 지난 2분기보다 1.4%나 늘었다. 이는 2010년 2분기(1.7%) 이후 최고치다. 수출이 무려 6.1%나 증가하면서 이 같은 경제 성장을 주도했다.
문제는 전체 수출의 약 5분의 1이 반도체에 쏠려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반도체의 비중은 2013년 10.2%에서 올해 16.1%(9월 말까지)로 늘어났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반도체 업황이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유동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도 지난 17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 대전에서 기자들을 만나 "내년 상반기까지는 (호황이)확실한데, 하반기부터는 공급을 봐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도 지난달 말 보고서에서 "세계 D램 시장이 내년 741억달러(약 83조6300억원)로 정점을 찍은 뒤 2019년 623억달러, 2020년 577억달러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때문에 반도체에 이은 다음 성장동력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내년 이후의 경기 호조를 장담하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1995년 20여곳에 달했던 D램 업체 수는 두 차례의 치킨게임을 거친 뒤 살아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빅3 체제로 재편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팹리스, 부품, 장비 등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조심스러워지고 있다. 지금까지 경기 상승곡선이 내년 이후로는 꺾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업들이 적극적인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정부를 중심으로 반기업 정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재계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는데 정치 환경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정부가 족쇄를 걸고 일자리 부담만 안길 경우 투자 위축은 물론 경제 전반에 큰 악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