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며 거친 말들을 쏟아내 역효과를 낳고 있다. 홍 대표는 25일(현지 시간) 미국외교협회(CFR) 주최 한반도 전문가 간담회 기조연설에서 "친북 좌파 세력 때문에 한미동맹에 균열이 발생하는 것이 북한의 위협보다 더 두려운 위기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정부를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올 초 탄핵사태로 지난 9년과는 사뭇 다른 성격의 정부가 탄생했다"며 문재인 정부를 '친북 좌파 세력'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두 귀를 의심했다"며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샌다는 속담이 있는데 틀린 말은 아닌 모양이다"고 비판했다. 우 원내대표는 "같은 시대 정치인으로서 부끄럽다. 외국 나가는 것을 말릴 수는 없지만 나가더라도 자중자애하기 바란다"고도 했다.

정치권에선 홍 대표의 이번 미국 방문이 지리멸렬 양상을 보이고 있는 국내 보수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본다.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강력 요구함으로써 안보 문제를 다시금 쟁점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당과 필요 이상의 갈등구도를 만들었고 심지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조차 전술핵 재배치 요구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 25일(현지시간) 미국외교협회 주최 간담회에 참석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전술핵 재배치의 군사적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독자 핵무장 의지가 있다는 홍 대표의 발언에는 "(미국에) 위협을 가하는 것 같다"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지낸 스탠리 로스는 "전술핵 재배치는 군사적 효용성이 없다"고 했고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의 토비 달튼은 "한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면 오히려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핵국제전략연구소 소장은 "전술핵 재배치에 강하게 반대한다. 만약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하지 않는다면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하겠다는 발언은 (미국에) 위협을 가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호승·김미경기자 yos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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