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노총 지도부 대화 무산
산업별 노조는 의견조차 못내
"조직원칙 앞세운 구태" 지적

문재인 대통령과 노동계의 첫 만남이 반쪽 행사로 전락했다. 국내 최대 노동조직인 민주노총이 일방적으로 불참을 통보한 것이다. 일자리 창출, 노동시간 단축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한 대화를 외면한 채 조직 논리를 앞세우는 구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는 24일 저녁 청와대 본관으로 한국노총 지도부를 비롯해 산별·개별 사업장 노조위원장을 초청해 사전 환담 및 만찬을 진행했다. 정상급 외빈을 접견하는 청와대 본관을 소통의 장으로 정했다. 또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자는 의미를 담아 근로자들이 즐겨 먹는 추어탕을 저녁 메뉴로 준비했다. 그만큼 노동계에 최대한 예우를 갖췄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돌연 거부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청와대가 산별노조와 사업장을 개별적으로 초청했다. 우리와 논의를 거치지 않은 행위는 조직체계와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여서 불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이 만찬에 배석하는 점도 불참 이유로 들었다. "노동자는 문재인 정부의 홍보 사진에 언제나 동원되는 배경 소품이 아니다"는 원색적 문구까지 입장문에 실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자리에서 "노동계와 정부 사이에 국정의 파트너로서의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정부는 노동계와 함께 하고 협력을 얻어야만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라는 국정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고, 노동계도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불참에 따라 청와대는 당혹함을 감추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향한 첫발이 꼬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의 이번 불참을 계기로 자칫 청와대와 노동계 사이에 갈등의 싹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일부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는 지도부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한 산별노조 관계자는 "오전까지는 참석하려 했으나 민주노총이 불참을 선언한 상태에서 별도로 움직이는 게 부담이었다"며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논의를 하고 싶었는데 불참해서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이번 불참을 두고 조직 이기주의적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은 다음달 제9기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를 치른다. 현 지도부인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지도부 선거를 앞두고 내부결속 강화를 위해 새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는 분석이다.

박미영기자 m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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