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홍근 국회의원, 송희경 국회의원, 오세정 국회의원, 한국연구재단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연구자 중심 R&D 프로세스 혁신 토론회'에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과기정통부 제공)
정부가 과학기술 기초연구 과제 최종평가에서 '성공'과 '실패' 판정을 폐지해 도전적인 연구환경을 조성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홍근·송희경·오세정 의원과 공동으로 개최한 '연구자 중심 연구개발(R&D) 프로세스 혁신' 토론회에서 이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R&D 시스템 혁신을 위해 지난 2015년과 2016년 두 차례 'R&D 혁신방안'을 수립해 시행했으나, 연구현장에선 정부 주도의 기획과 단기적인 성과 관리 등이 연구자의 창의성 발휘를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특히 평가의 경우 연구자들의 불만이 컸을 뿐만 아니라, R&D 생산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돼왔다. 정부는 그동안 재정을 투입한 기초연구 과제에 대해 성공과 실패로 나눠 성과평가를 진행하고 실패로 평가된 경우 차기 과제 선정에 불이익을 줬다. 이런 평가 방식은 연구자들이 실패 위험 부담이 적은 연구에만 쏠리게 만들어 '답이 정해진 연구', '연구를 위한 연구'를 양산했고, 결국 R&D 과제 성공률은 95%를 넘지만 사업화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장경수 한국연구재단 정책연구혁신센터장은 "평가를 통해 줄을 세우고 성공과 실패로 나눈다면 연구자들이 긴 호흡으로 도전적인 연구를 하기 어렵다"며 "연구성과는 수많은 반복과 축적을 필요로 하는 만큼 과정을 실패로 단정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런 현장의 요구를 수렴하기 위해 지난 2개월 동안 '알프스'란 이름의 테스크포스(TF)를 운영해 R&D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도출했다. TF가 내놓은 개선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기초연구 과제의 성공·실패 판정을 폐지하고 최종적으로 '실패' 용어를 아예 없애 연구자들의 도전성을 높일 계획이다. 또 연구몰입을 위해 최종평가를 제외하는 대상 과제를 현행 중견연구 1억5000만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확대하고, 연구자 스스로 평가 기준을 선택해 평가받는 시스템도 마련한다.
과기정통부는 평가 외에도 R&D 과제 기획과 선정, 보상 등의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을 내놨다. 기획 단계에선 '상시 온라인 기술수요조사' 시스템과 '산·학·연 전문가 워크숍' 등을 통해 다수 연구자가 R&D 과제 기획에 참여하는 '크라우드형 기획'을 활성화하고, 연구자가 한도 내에서 상황에 맞게 연구비를 쓸 수 있는 '그랜트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연구 목표가 조기에 달성된 경우 연구자가 남은 기간과 연구비를 활용해 후속 연구를 기획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김정원 과기정통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은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선 관리와 통제 위주의 R&D 프로세스에서 벗어나 연구자들을 믿고 투자하고 기다려야 한다"며 "기초원천 분야에 적용할 이번 R&D 프로세스 혁신방안을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이어받아 국가 전체 R&D로 확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혁신방안은 앞으로 경제관계장관회의 보고와 연구현장 설명회,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심의 등을 거쳐 다음 달 중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금은 긴 호흡으로 먼 미래를 바라보고 과학기술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 나가야 할 때"라며 "연구자가 걱정 없이 마음껏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혁신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