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청이 입출항신고 자동화와 구조를 위한 위치 확인을 위해 어선에 무상 보급한 V-PASS 사업이 총체적인 부실로 사후관리에 어려움을 겪으며 어민들의 부담을 가중시켜 온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의 V-PASS 보급사업은 277억원을 투입해 2011년부터 작년까지 총 4차에 걸쳐 총 61,600척의 어선에 선박의 위치발신장치인 V-PASS를 무상으로 보급해온 사업이다.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산시 상록을)은 대규모 보급 사업을 수행한 경험이 전혀 없는 해경이 사전에 면밀한 준비 없이 V-PASS 사업을 추진하면서 보급 과정에서 수차례 부실을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그 여파로 사업 종료 이후 어민들의 불편과 부담이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V-PASS 사업과 관련된 해경의 준비부족은 1차 사업에서부터 확인된다. 지난 2011년 48억원을 들여 9647대의 V-PASS 장비를 보급한 1차 사업은 2개 업체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되어 V-PASS 장치(모델 EMT-9000)의 납품과 설치, 무상수리(1년) 등의 보급을 담당했다. 그러나 해당 컨소시엄은 2차 사업 입찰에서 탈락하자 수리보증 기간이 끝난 후 바로 사업을 철수했고, 이에 따라 1차 사업에서 9647대의 장치를 보급받은 어민들은 지금도 제대로 된 수리를 받지 못하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총 4차에 걸쳐 진행된 V-PASS 사업처럼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보급사업에서 납품업체가 차기 사업의 입찰에서 탈락하거나 중간에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언제든지 사업을 철수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해경은 단일 업체가 독자 모델을 납품하는 사업 구조에서 보증기간 이후의 수리 문제를 전혀 대비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당시의 납품업체가 '폐업'해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변명으로 일관해 왔다.

해경은 또한 2차 사업에서 V-PASS 디스플레이의 방수기능이 부족한데도 이를 감안하지 않고 우천을 막아줄 조타실이나 하우스가 없는 어선까지 포함해 수천 대의 제품을 추가 납품 받는가 하면, 해상에서의 오작동 가능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기울기 센서를 장치에 추가하기도 했다. 이 기울기 센서는 선체가 일정 각도 이상으로 기울면 SOS 신호를 자동으로 발신하는 장치로 4차 사업까지 약 5만2000여 대에 추가로 내장됐지만, 파도나 급변침에 의한 일시적인 기울어짐과 선박의 실제 전복을 구분하지 못하는 문제를 뒤늦게 파악하고도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또 4차 사업의 계획 수립 과정에서는 최초의 V-PASS 사업 구상 때부터 설치 대상에서 제외했던 내수면어선과 원양어선을 포함했고, 심지어 V-PASS 장치에 전원을 공급할 수 없는 무동력선에도 설치하려다가 뒤늦게 이를 파악하고 대상에서 제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김 의원은 "보급사업 경험이 전무한 해경이 면밀한 준비와 검토 없이 사업을 추진해 총제적인 부실이 발생해 왔고, 가뜩이나 어려운 영세 어민들만 불편과 부담만 가중됐다"고 지적했다.이경탁기자 kt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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