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1400조에 달하고 가계부채가 부실해질 위험이 있는 가구가 126만 가구를 넘어설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 가운데 정부가 관련 종합대책을 통해 돈줄 조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3일 국회에서 가계부채 종합대책 관련 당정 협의를 진행하고, 주택대출을 중심으로 강도 좋은 대출규제 정책을 펴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여기에다 한국은행이 최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강력하게 시사, 주요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 손질에 이미 나서면서 경제 현장에서는 이미 긴축정책이 현실화됐다.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부실 뇌관으로 오래 전부터 지목돼 왔고, 더 이상 간과할 수 없을 정도로 각종 지표가 심각한 상황까지 치달은 만큼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가능한 모든 방안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주택담보대출에서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을 나타내는 DTI(총부채상환비율) 제도를 개선한 '신 DTI'를 내년 1월부터 시행하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 시기를 내년 하반기로 앞당기는 것이다. 당정은 또 취약차주 지원, 가계부채 연착륙 유도, 상환능력 제고에 중점을 두고 가계부채를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서민과 실수요자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보완장치를 강구하고, 가계부채 총량 관리와 함께 취약계층의 맞춤형 지원방안 마련에도 힘쓰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채무 상황에 애로가 있는 경우 연체위험을 관리해 신속한 재기를 돕고, 과도한 대출 금리상승으로 인한 상환부담이 급격히 늘어나지 않도록 점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계부채는 다양한 경우와 부채 형태가 있는 만큼 현장에서 긴축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서민이나 실수요자들에 일시적인 어려움을 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앞서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치솟는 아파트 값을 잡기 위해 강도 높은 8.2 부동산 대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강화된 대출규제를 소급 적용, 중도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게 된 분양계약자들이 집단행동을 하기도 했다. 부동산 실수요자들도 청약 문턱이 높아지고 대출까지 막히자 내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워낙 형태가 다양한 가계부채 문제를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 해법을 찾는 것은 어렵겠지만 현장의 부작용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선의의 피해자들을 양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대출규제에 이어 금리인상까지 현실화될 경우 전체 가계가 영향권 하에 놓이게 된다. 가계를 포함한 경제 주체들에 금리인상에 대비하도록 충분한 신호와 정보를 주지 않으면 갑작스러운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이 우리 경제에 또 다른 위험 뇌관으로 작동할 수 있다.

경제는 살아있는 생물과도 같아서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이 현실에서는 다르게 돌아갈 수 있다. 정부는 정책적 목적은 포기하지 않는 선에서 실물경제 현장에서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대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복지와 경제불평등 완화뿐 아니라 신산업 육성, 혁신기업 양성 등 우리 경제의 '미래 체력'을 기르는 일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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