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문한 전북 익산 황등면의 한 육계 농가. 좌우 곳곳에 각기 번호를 단 사육장이 눈에 띄었다. 이곳은 권혁길 씨가 지난 7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인증받은 동물복지 농가다. 권 씨는 6개월 간 세 차례에 걸쳐 시험 사육을 진행한 뒤 마침내 동물복지 인증을 받았다. 동물복지는 1979년 영국 농장동물 복지위원회가 제정한 '동물의 5대 자유' 원칙을 적용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3월부터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를 운영 중이다. 현재 국내에는 27개의 동물복지 인증 육계 농가가 있다.
방역을 거친 뒤 한 사육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메주처럼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사육장 맨 앞쪽에는 환풍기가 돌아가며 냄새를 없애고 있었다. 동물복지 인증 농가에서는 사육장 안에 냄새가 나선 안되기 때문에 환풍기를 가동 중인 것. 사육장 내부는 바깥에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조명이 밝았다. 동물복지 육계농장 인증기준에 따르면 최소 8시간 이상 내부를 밝게 하는데 이때 조명시설 조명도가 20룩스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농가 관계자는 "닭은 사람보다 빛을 더 많이 보고, 볼 수 있는 스펙트럼도 넓다"며 "닭들이 많이 먹고 많이 움직이라는 의미에서 내부 조명을 밝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육장에는 수영장 레일을 연상케 하는 횃대 6개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 횃대는 닭들이 날아올라 앉아 쉴 수 있는 일종의 놀이시설이다. 사육장에는 아직 벼슬이 자라지 않은 흰 닭들이 먹이를 쪼아먹고 있었다. 일반 사육장은 공장식 밀집 사육방식으로, 닭들이 A4 용지 한 장도 안 되는 공간에 갇혀 있다. 그러나 이 사육장은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공간이 넓어 닭들이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뒤 권 씨 농장에 사육 중인 닭 수(14만 마리)는 전보다 약 20% 줄었다.
권 씨는 "닭은 습관적으로 높이 올라가는 성향이 있다"며 "닭이 자주 놀 수 있도록 횃대를 더 많이 만들어주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공간 곳곳에는 동물복지 인증 농가답게 닭을 배려한 사육환경이 눈에 띄었다. 닭 65마리당 한 개의 먹이 라인을, 10마리 당 한 개의 물 라인을 공유하도록 해 스트레스를 가급적 덜 받으며 먹고, 마실 수 있게 한 것. 사육시설 내 밀집도가 높으면 닭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건강이 취약해져 바이러스 등에도 잘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닭은 격리공간에 넣어 사료와 물을 마음껏 먹고 마시며 회복하도록 돕는다.
농가 관계자는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는 데 시간을 많이 필요한 데 시간적 한계가 있다"며 "격리공간에 들어갔다 나와도 회복률은 낮은 편"이라고 밝혔다.
동물복지 인증 농가에서 자란 닭은 많이 먹고 뛰어 놀았기 때문에 일반 닭보다 육질이 좋다는 평가다. 식물성 단백질이 들어간 사료를 먹이기 때문에 성장 과정은 더디지만 보다 건강이 보장된다. 그러나 동물복지 인증 기준에 따라 사육하는 마리 수를 줄이고 사육 비용은 늘어나는 탓에 이 농가의 수익성은 일반 육계농가보다 낮다. 비용 부담을 우려해 국내에서는 동물복지 인증을 받으려는 농가가 드물다. 이에 하림 등 일부 식품기업과 포항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동물복지 인증 농가에 인센티브를 지원한다. 하림과 계약을 맺고 닭을 키우는 권 씨는 "동물복지 인증 농가 운영으로 인해 줄어든 수익을 이 인센티브로 보전하고 있다"고 밝혔다.박민영기자 ironlung@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