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이제 자신감과 숙제를 동시에 부여받고 있다.

한국과 일본, 중국이 주도했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에 미국과 유럽 등이 속속 가세하면서 경쟁이 확전되는 양상이다. 국내 업체들은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기술 분야 등에서 추격자와의 기술격차를 크게 벌여 놓아야 한다는 긴박감을 가져야 한다.

신생업체인 노스볼트가 최근 스웨덴에 유럽 최대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고, 테슬라와 파나소닉은 올해 초 미국 네바다주에 세운 합작 공장인 기가팩토리의 연간 생산량을 내년에 연간 35GWh까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한국산 배터리를 채택해온 유럽 시장을 겨냥한 대규모 배터리 공장이 등장한다는 사실이 예사롭지 않다. 외신에 따르면 전 테슬라 임원이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는 노스볼트는 내년 하반기에 공장 건설을 시작해 오는 2020년까지 연간 8GWh 용량의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불과 3년 뒤에는 미국과 유럽에 LG화학과 삼성SDI 수준의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대거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업계는 "미국과 유럽의 완성차 업체들이 자국산 전기차 배터리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 긴장하고 있다.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놓을 차세대 배터리 경쟁에서 밀리면 성장이 주춤거릴 수밖에 없다. 융합 기술 분야의 급격한 진보는 전기차 부품의 본질을 바꾸고, 친환경차 시장 구조도 흔들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10년 내에 미국의 신차 절반 이상을 전기차가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터리 시장도 급속도로 커질 전망이지만, 차세대 배터리 시장은 정교하고 더 큰 열쇠가 있어야 열 수 있다.

국내 전기차 시장만 탄탄하게 성장한다면 국내 배터리 업계의 성장 정체를 걱정할 이유가 없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인프라를 갖춘 국내 업체가 신기술을 국내 시장에 발 빠르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가 생산 시스템을 고도화할 수 있도록 국내 전기차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계의 성장도 세계 최대시장이라는 내수를 발판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지난 9월까지 등록된 전기차는 9481대로 올해 정부의 목표치인 1만4000대 달성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한다. 지난 10년 동안 전기차 보급이 제자리 걸음을 한 것은 산업 발전 속도에 정책 수립 능력이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주행 거리를 좌우하는 것이 배터리 기술이다. 고용량과 고속 충전을 동시에 구현하는 리튬이온전지를 만드는 기술은 현재까지 어려운 문제로 남아 있다. 다양한 국내 연구개발 성과를 실용화하기 위해서도 국내 전기차 시장의 파이를 빠르게 키워나가야 한다. 정부도 미국과 유럽 신생 배터리 업체의 도전이라는 복병을 맞아 걸 맞는 응전을 하겠다는 종합 전략을 세워야 하며, 관련 업계도 전기차 배터리의 기술 혁신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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