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799개 중 한 건도 없어 삼성 "경영위 충분히 논의"해명 권오현부회장 사퇴 경영진 변화 계열사별 사장단 인사 가능성
삼성의 상장 계열사 16개 이사회가 작년 초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처리한 799개의 안건 중 보류나 기각으로 결정한 건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로 계열사 자율경영체제로 전환한 삼성이지만, 여전히 계열사들 이사회는 '거수기'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퇴 발표로 조만간 삼성전자를 비롯한 다수 계열사의 경영진 교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이후 사장단 인사와 함께 이재용 부회장 식 경영체제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재계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총 16개의 삼성 상장 계열사는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259회 이사회를 열어 799건의 안건을 모두 '가결' 처리했다. 보류 또는 부결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삼성전자 이사회의 경우, 하만 인수 등을 포함해 총 69건의 안건을 모두 가결 처리했다.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이사회 역시 각각 102건과 39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를 비롯해 프린팅 솔루션 사업 매각 등 주요 경영 사안을 비롯해 삼성디스플레이와 임대차 계약 체결, 삼성중공업 유상증자 참여의 건 등 계열사 간 내부 거래 내용 등을 처리했다.재계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거버넌스 위원회 구성 등 주주 친화와 투명 경영 원칙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거수기 이사회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사회 내 경영위원회 등에서 이미 격론을 거친 뒤 이사회에 안건을 올리기 때문에 이미 사전논의를 충분히 마친 사안들"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지난해 공정거래위가 26개 대기업 집단 소속 165개 상장사의 2015년 4월부터 2016년 3월 말까지 이사회 안건 2997건을 분석한 내용을 보면, 사외이사의 반대로 원안대로 통과하지 않은 안건은 단 16건이다. 이들 대기업 집단 역시 대부분 이사회 내 소위원회를 두고 상정 안건에 대해 사전 논의한다.
하지만 최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내년 3월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삼성 경영진에 변화 조짐이 나오고 있어 이 같은 거수기 이사회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총 9명의 이사진 가운데 내년 3월 임기 만료 예정인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사외이사인 김한중 전 연세대 총장과 이병기 서울대 명예교수 역시 비슷한 시기에 임기가 끝난다. 아울러 삼성생명은 윤용로 전 한국외환은행 은행장과 허경욱 전 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표부 대사가, 삼성물산은 최치훈·김신·김봉영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9명의 이사진 중 7명이 모두 내년 중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대대적 이사진 교체 가능성이 점쳐진다.
재계에선 오는 31일 이사회를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이르면 이달 말부터 계열사 별로 차례로 사장단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와 관련 재계 일각에선 구속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총수 부재에 따른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관 업무를 뺀 사장단 협의회와 같은 그룹 컨트롤타워를 다시 만들 수 있다는 설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래전략실 부활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며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고, 지금 나오는 사장단 인사와 관련한 상당수 소문 역시 이해 관계자가 자신에 유리한 방향으로 만든 얘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