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불안이 심상치 않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의 확산 때문에 일자리 걱정을 해야 하는 직종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기술혁신으로 산업 역동성이 회복돼야 고학력 실업자를 흡수할 수 있다. 현실은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8월 전체 실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0.5%(5000명)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대졸 이상 실업자 수가 무려 12.9%(5만6000명)나 늘어난 49만1000명에 달했다. 긴 추석 연휴에도 고향에 내려가지 못한 채 대형마트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대졸 실업자가 적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국회 입법의 최우선 순위가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은 어느 누구도 부인 못할 것이다. 청년 실업 문제를 풀기 위한 정치권의 초당적인 협조가 절실하다.

하지만 국회사무처의 연구용역보고서 '제4차산업혁명과 국회의 입법방향 및 과제'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자리 감소 등 부정적 전망에도 신규 일자리 창출에 대한 구체적인 대비가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국회에서 이와 관련한 법안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 3월 대표발의한 '디지털기반 산업 기본법안'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정 의장 등이 이 법안을 제안하면서 "현행 법령으로는 디지털기반 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고, 복잡하고 경직적인 규제 체계는 기술의 발전과 혁신 속도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듯이 게걸음 입법이 4차 산업혁명 추진의 앞길을 가로 막고 있다. 이번에도 적폐 청산 공방 등으로 일자리 대책이 실종된 '빈손 국회'가 돼서는 안 된다.

4차산업혁명 분야 일자리와 실리를 해외 기업에 빼앗기지 않으려면 국내 기업가의 투자 의욕을 살리는 것이 급선무다. 고공 영상·사진 촬영과 배달, 기상정보 수집, 농약 살포, 레저 등 목적으로 쓰이는 드론의 경우 다국적 기업들이 시장을 속속 선점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9일 미래 성장성이 높은 무인항공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드론을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도 국내 드론 산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 입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에 공약했던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지난달 26일부터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4차 산업 혁명은 말 그대로 속도전이다. 세계 각국은 4차 산업혁명 혁신에 앞을 다투고 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아무리 훌륭한 정책을 내놔도 주요한 법안들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면 번번이 타이밍을 놓칠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한국 제조업의 4차 산업혁명 대응 현황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 기업과 비교한 국내 제조업의 4차 산업혁명 대응 수준은 4년이나 뒤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각 정당이 앞다퉈 내놓은 일자리 공약과 정보기술(IT) 진흥정책이 헛구호가 되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협치를 실현해야 하는 이유다.

정치권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세계적 흐름과 동떨어져 우물 안 개구리로 남아선 안 될 것이다. 양극화 해소의 핵심 고리인 일자리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치권은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릴 수 있는 입법을 뒤로 미루고 청년 실업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경제 우선의 정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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