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2013년 무혐의 결론 후
불공정 유통계약 공개돼 재조사
'강제성'만으로도 제재 마땅한데
'경쟁제한성 입증' 이유 판단유보
"공정위 책무 저버리는 것" 지적
러시아·EU 등은 구글제재 '속도'

[디지털타임스 김수연 기자]구글의 모바일 앱 선탑재 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9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지난해 12월부터 구글 앱 선탑재 행위에 대한 재조사를 시작했지만 1년이 다 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는 구글이 앱 선탑재를 제조사에 강제했다는 '강제성'은 드러났지만, 이것만으로 구글 행위를 문제 삼긴 어렵다는 견해다.

앞서 2011년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사들은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공급하면서 구글 앱을 스마트폰에서 사용자가 지울 수 없도록 기본 탑재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며 구글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신고했다. 이에 대해 2013년 무혐의 결론을 내렸던 공정위는 작년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스마트폰 제조사와 구글 간의 불공정 모바일앱 유통계약(MADA)이 공개되면서 재조사에 들어갔다.

MADA에는 △구글이 기본 검색 엔진으로 설정돼야 하며 △구글 앱의 위치를 구체적으로 지정하고 △구글 필수 앱을 한꺼번에 탑재한다는 조건으로 제조사에 안드로이드 OS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명시돼있다.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안드로이드 알고리즘을 활용해 새로운 OS를 개발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계약도 맺었다.

이처럼 구글 앱 선탑재 행위의 강제성이 입증된 상태인데도, 공정위는 이것만으로 구글의 행위를 문제 삼기에는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강제성으로 인해 시장 경쟁상황이 제한되는 결과가 초래됐는지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 심사지침에 따르면 경쟁제한성이 입증돼야 독과점지위 남용 조항 위법 사안으로 결론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국내 시장의 경우 구글 검색이 아닌 네이버 검색이 모바일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점하고 있어서 구글의 앱 선탑재 행위로 시장경쟁이 제한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 업계는 공정위가 4년 전 구글에 무혐의 결론을 내렸을 때와 비슷한 논리를 반복하고 있으며, 해당 조사에 대한 공정위의 의지 자체가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13년 공정위는 '현장 조사 과정에서 강제성을 입증하기 어려웠다'는 이유로 구글에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면서 "MADA까지 공개되면서 강제성이 입증되니 이제는 '경쟁제한성 입증'이라는 또 다른 이유로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제조사에 앱 선탑재를 강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제재 근거가 되는데 공정위가 시간만 끌고 있다"며 "경쟁제한성이 입증된 뒤 움직이겠다는 얘기는 국내 기업들이 다 망가진 다음에야 나서겠다는 것이며, 이는 공정위가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경쟁제한성의 경우 검색 앱으로만 국한해 볼 것이 아니라 앱 선탑재에 힘입어 국내 동영상 시장의 70%를 점유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진 유튜브만 살펴봐도 당장 입증 가능한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러시아 경쟁 당국은 최근 구글로부터 약 80억원의 과징금을 내고 제조사에 앱 의무 설치를 강요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검색시장 지배력 남용 혐의로 구글에 3조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한 유럽연합(EU)은 현재 구글의 앱 선탑재 행위에 대한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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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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