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이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라는 목소리가 파란 가을하늘처럼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가상현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며 주목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롤러코스터 류의 체험 외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여기에 혼합현실을 지나 융합현실, 공존현실, 확장현실이라는 용어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음식 메뉴가 계속 추가되면 식당이 망해가는 징조가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가상현실은 어떻게 이러한 위치에 서게 됐을까. 가상현실은 꽤 오래전부터 하나의 독립된 분야로 연구와 개발이 진행돼왔으나 인공으로 구현한 가상세계로의 몰입감 문제로 벽에 부딪혀 왔다. 머리에 착용하는 HMD(Head Mounted Display)라는 장비의 시야각을 대폭 확장시켜 사용자의 몰입감을 혁신적으로 높인 장비가 출시되며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고, 이 장비를 개발한 오큘러스라는 회사가 페이스북에 거액에 인수되며 가상현실은 차세대 산업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착용형 장비의 광학 구조가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유사 제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지며 가상현실의 중흥기를 맞게 된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표현영역에 한계가 있었던 기존 컴퓨터의 모니터를 착용형 디스플레이로 확장시킨 것 외 다른 기술적 진보가 이루어지지 않아 기대감이 우려감으로 바뀌고 있는 모양새다. 여기에 어지러움 등 인간의 감각적 제한 요소가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이제 가상현실에 대한 다양한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가상현실 시스템에는 HMD만 있었던 것은 아니므로 디스플레이 표현영역의 확장뿐만 아니라 상호작용을 포함한 사용자 경험의 확장, 콘텐츠의 확장, 서비스의 확장으로 이어가야겠다.
4차 산업혁명 이후 교육분야에도 가상현실과 같은 최첨단 기술을 교육에 접목시킨 에듀테크(EduTech)가 변화를 이끌고 있다. 에듀테크 기업 테크빌교육은 이러한 관점에서 가상현실 기반의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학교 교실 한 칸을 가상현실 안전체험 교육장으로 개편한 안전체험교실 콘텐츠는 재난, 재해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을 VR로 체험해 안전행동요령을 익히며 안전교육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제조업 분야에서도 범용의 가상현실 장비가 일반화되면서 기존의 훈련용 하드웨어 시뮬레이터들이 범용 가상훈련 장비 상에서 운용되는 가상현실 콘텐츠와 교육훈련 서비스로 대체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기존 하드웨어가 제공하던 실감을 일반 장비에서 구현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예전부터 가상현실의 대표적인 콘텐츠로 인체의 구조와 태양계의 구성 등이 예제로 제시됐으나, 실제 교육현장에서 사용할만한 가상현실 해부학 콘텐츠가 없는 실정이다. 이를 위해 전문가 집단과 융합적 협조 모델을 만들어가며 서비스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정부는 조급하게 산업을 육성하려는 목적으로 잘될 것 같은 방향의 사업에 힘을 실어줘 속도를 높이려 하지 말고 업계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사업 방향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향에 대한 탐색과 시도의 기회를 제공해줘야 할 것이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므로 올바른 방향을 찾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도전과 아이디어의 검증이 바탕이 돼야 한다. 가상현실 산업은 최근 들어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분야이지만 이 분야 또한 역시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디바이스 등이 고르게 전반적으로 발전해야 하며 여기에 문화적 창작성이 가미돼야 하는 미래산업이다. 따라서 빠르게 결과가 나오는 분야로 조급하게 몰릴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산업분야와의 융합을 폭넓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어려운 시절을 견디며 꾸준히 이 산업분야를 지켜온 저력 있는 업체들이 있으므로 가상현실 분야에서 우리의 선도적 역량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