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스텁허브 한국지사장
조현준 스텁허브 한국지사장
조현준 스텁허브 한국지사장


최근 해외 뮤지션의 내한공연과 K팝 콘서트 등 국내 라이브 공연이 크게 늘어 국내 팬들의 공연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 한편으로는 공연 티켓이 발매 즉시 모두 매진돼 표를 구하지 못해 실망하는 팬들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공연 팬들은 이런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 "티켓 구하기가 왜 이렇게 힘든 걸까?"

티켓 예매시 매크로프로그램을 이용해 다수의 티켓을 선점하는 불공정 행위가 그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매크로프로그램의 편법 사용은 입장권 구매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이를 근절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입법 논의가 시작됐으며 매크로프로그램의 부정한 사용을 금지하기 위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비롯한 다수의 법률개정안들이 최근 발의됐다. 이는 티켓시장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입장권 구매에 있어 공평한 기회를 보장하고 전문 암표상들이 입장권을 대량매점하는 행위를 방지한다는 취지에서 바람직한 조치다.

하지만 법적규제 만으로는 티켓시장에서의 부정행위가 단번에 근절되기 어렵기 때문에 티켓 예매업체에서도 자동예매를 차단하는 시스템 투자 등 매크로프로그램 사용을 막는 적극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매크로프로그램을 이용한 티켓 구매 행위는 공연산업 전반에 해악을 미치고 소비자 피해를 야기하므로 업계 공동의 대응책 모색이 필요하다.

공연 산업이 우리보다 발전한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는 매크로 프로그램의 부정한 사용을 규제하는 법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재 논의중인 관련법 개정으로 합리적 규제가 도입되기를 기대한다. 이와 더불어 국내 티켓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업계의 노력도 필요하다. 미국에서 열리는 공연 및 스포츠 경기 입장권의 경우 공식 예매처를 통해 판매되는 티켓은 전체 좌석의 절반(46%) 정도에 불과하다. 이렇듯, 일반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티켓의 수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인기 있는 공연 티켓을 구하는 것이 매번 힘들 수 밖에 없다. 앞으로는 국내 공연 주최자들도 일반 예매가 가능한 티켓 수량을 투명하게 시장에 공개함으로써 소비자들이 보다 명확한 사전 정보를 가지고 티켓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내 티켓 시장과 관련한 또 다른 논의는 구입 가격을 초과한 금액으로 티켓을 재판매하는 행위를 제한하자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에서도 우리보다 앞서 이에 대한 검토를 진행한 바 있다. 실제 이러한 규제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검토한 여러 조사연구에서는 티켓의 재판매 가격을 제한하는 정책이 오히려 개인 간 암표거래나 구매자 보호장치가 없는 온라인사이트에서의 거래를 부추기고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영국 정부는 최근 이러한 공론을 수용해 매크로프로그램을 사용하는 특정 구매행위는 제한하되, 재판매 가격에 대한 규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공연 관람인구에 비해 제한적인 티켓 수량으로 인해, 또한 대다수 라이브 공연 티켓은 수개월 전에 미리 예매해야 하기 때문에 뒤늦게 티켓을 구하는 공연 팬들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올 상반기 국내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텁허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라이브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의 티켓을 구매했으나 가지 못했던 경험이 있었다. 또한 응답자의 61%는 매진되거나 예매시점을 놓친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를 보기 위해 재판매 티켓을 구매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이유로 티켓권리를 양도하거나 재판매 티켓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것이다.

국내 티켓시장상황을 고려할 때, 매크로프로그램을 이용한 티켓구매를 규제하는 한편 사전예매한 티켓을 사용할 수 없을 때 이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마켓을 정착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투명한 거래시스템이 정착되면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고 안전한 티켓 재판매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입법 논의 중인 매크로프로그램의 부당한 사용금지를 전제로 소비자들이 더욱 쉽고 안전하게 티켓을 양도하거나 재판매할 수 있는 건전하고 투명한 티켓 시장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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