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수희 한국항공대 생활과학교실강사
곽수희 한국항공대 생활과학교실강사
곽수희 한국항공대 생활과학교실강사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프로그래머로 9년 동안의 회사생활, 그리고 아이에게 온전히 정성을 다하며 보냈던 13년, 어느새 세월이 흘러 40대 중반이 된 나는 자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여러 일을 찾아보다 우연히 한국항공대학교에서 경력단절여성을 대상으로 무료 생활과학교실 강사 양성 교육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용기 내어 신청했다. 주변 동료 강사분들의 도움과 노력 덕분에 어느덧 주강사가 됐고 벌써 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매주 금요일 3년째 방문하고 있는 한 기관은 나에겐 정말 특별한 곳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이 기관은 정신분열, 정신지체, 우울증 등의 환우들이 생활하는 정신요양시설이다. 2014년 봄, 처음으로 과학 수업을 하러 가는 날은 설렘보다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성인을 대상으로, 게다가 아픈 환우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수많은 고민 속에 첫 수업을 시작하던 그날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하다. 마주한 20명 남짓 환우분들은 잠결 속에 계시는 것 같았고 마치 마네킹들을 앉혀놓고 수업하는 기분이었다. 어떤 질문에도 응답은 돌아오지 않았고 과학 실험에도 대꾸하지 않고 손조차 움직이려 하지 않아 일일이 도와드리며 진땀을 뺏던 첫 시간이었다. 이후 환우들과의 소통법에 대해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많은 편견을 배제하고 최대한 존중하고 칭찬하면서 늘 가르치던 아이들처럼 모든 실험을 직접 하실 수 있도록 격려하는데 중점을 뒀다. 하나의 손동작에도 아낌없는 칭찬을 하고 밝은 웃음으로 소통했다.

한 분 한 분 눈을 맞추고 수업에 임하며 그들의 용기와 도전에 박수를 보낸 3년, 이제는 수업 인원도 늘어나고 과학 시간을 기다려주는 분들이 많아졌다. 직접 재료들을 챙기거나 곁에 있는 짝궁을 도와주시는 분들까지 생겼다. 과학 체험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분주히 손을 움직이고 그로 인한 성취감으로 삶의 활력까지 얻고 있는 모습을 보며, 특히 일주일 동안 수업을 기다렸다며 박수쳐 주시는 환우들을 마주할 때마다 뭉클하기도 하고 어느새 내게도 가장 기다려지는 금요일 수업이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운영하는 생활과학교실 강사들은 각자의 전문 분야를 학습하고 개발해 특히, 주변 소외 지역 및 배려 계층들에게 나눔의 과학을 실현하는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비록 작은 손길이지만 나로 인해 기회를 갖고 행복과 꿈을 찾는 사람들을 발견한다. 그런 내게 주어진 책무가 크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서투른 동작과 짧은 집중력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과학 수업을 기대하며 기다리는 장애우 친구들, 그리고 과학에 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살아오셨으나 이제 아이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시는 실버세대 분들로 인해 그 누구보다도 자존감있는 자랑스러운 강사로 살아나갈 수 있음이 너무나도 감사하며 오늘도 열심히 수업을 준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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