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들, 채팅형 로봇 개발 잇따라 고객 응대비 절감·고품질 서비스 '두토끼' 우리·KEB하나·국민은행 등 성과 주목
모바일뱅킹, 인터넷뱅킹 등을 통해 은행에 가지 않고 금융거래가 가능한 '비대면 거래'가 확산되면서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은행원을 대신하는 현실이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2월 중 전체 조회서비스에서 모바일을 포함한 인터넷 뱅킹 비율은 80.6%를 기록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창구거래와 자동화기기 등 오프라인 거래는 15.5%에 불과했다
여기에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은 은행들이 AI를 강화하고 빅데이터를 도입하는 등 핀테크에 투자를 집중하게 된 계기가 됐다.
주요 은행들은 고객 자산 분석과 금융 상품 추천을 해주는 AI '챗봇'(채팅형 로봇)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챗봇은 '수다를 떨다'라는 뜻의 '채터(chatter)'와 '로봇(robot)'의 합성어다.
고객 응대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면서도 고품질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올해를 기점으로 상용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시중은행들 가운데서는 우리·하나·국민은행이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SK텔레콤(SKT) 합작사인 '핀크'(Finnq)와 이달 4일 금융 애플리케이션(앱) 핀크를 출시하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핀크는 예금·대출 등 금융상품 중심의 영업에서 벗어나 소비 전반을 분석해 이용자의 금융생활을 혁신하도록 돕는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핀크는 인공지능 기반 채팅 프로그램(챗봇) '핀고'(Fingo)와 금융거래 내역을 집계·분석하는 '시미'(See Me) 기능을 활용한 금융생활 관리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핀크는 이용자 동의를 토대로 각종 은행 계좌와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을 분석하고 지출 규모, 소비 습관, 금융 자산 현황, 소득·지출 변화 등에 관한 여러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이번 달에 카드 얼마 썼어?"라고 채팅으로 물어보면 핀고가 "9월 1일부터 4일까지 카드로 총 25만5천300원을 사용하셨어요"라고 답을 한다. 또 "통신비 할인 카드 추천", "적금 추천" 등 이용자가 제시한 조건과 관련 있는 금융상품도 소개한다. 시미 기능을 활용하면 지출액과 계좌 잔액을 비교해 이용자 주머니 사정을 판단할 수 있고 소비 패턴을 확인할 수도 있다.
핀크는 인터넷 전문은행 기능을 대부분 제공한다.
가입과 동시에 가입자 휴대전화 번호에 간단한 숫자가 덧붙인 '기본계좌'를 만들어주고 KEB하나은행 계좌와 연동할 수 있도록 한다.
우리은행도 지난 11일 AI 기술을 이용해 고객과 실시간 상담이 가능한 챗봇 서비스 '위비봇'을 출시했다.
위비봇은 기존 시나리오 방식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질문자의 질문의도를 파악해 답변을 제시한다.
위비봇은 기존의 질문과 답변을 고르는 단순 선택형 방식이 아닌 질문자의 질문의도를 파악해 상담원처럼 고객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답변을 제시한다.
또 기존 '1:1실시간 톡(Talk) 상담' 등 문자로 질문하던 방식에 추가해 사용자가 음성으로도 질문할 수 있다.
문자뿐 아니라 음성으로도 질문할 수 있으며 금융정보 외에도 날씨나 인물정보 등 일반 상식도 제공한다.
위비봇은 위비뱅크나 위비톡 등 위비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스마트뱅킹, 인터넷뱅킹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학습을 통해 은행 업무 전반에 대해 24시간 365일 상담이 가능한 서비스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치고 나가던 챗봇 경쟁에 국민은행도 가세했다. 국민은행은 대화형 뱅킹 애플리케이션(앱) '리브똑똑'(Liiv TalkTalk)의 서비스를 26일 정식 개시했다고 밝혔다.
리브똑똑은 채팅이나 음성 명령으로 금융거래를 실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애플리케이션이다. 대화 창에 #, @, ₩ 등의 버튼과 단어를 입력하면 간단하게 명령을 실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카드'라고 입력하면 카드 사용 명세나 결제 예정 금액을 조회할 수 있고 '₩20,000'이라고 입력하면 대화 상대방에게 간편하게 2만원을 보낼 수 있다. 은행권 최초로 목소리 인증을 도입했다.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대신 '열려라 똑똑'이라고 말하면 목소리를 감지해 가입자 본인 인지를 확인·인증한다.
또 "김○○에게 3만원 보내줘'라고 말하고 '열려라 똑똑'으로 인증해 거래를 실행할 수 있다.
착오 송금이나 보이스 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송금 후 30분이 지나야 수신인이 돈을 받을 수 있고 그 전에는 언제든지 송금을 취소할 수 있는 '안전 보내기' 기능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