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만에 장병규 위원장 위촉 '장관급 수장' 부처 이견조율 한계 '돈줄' 기재부 제외 예산도 문제 중기벤처 빠진 '반쪽짜리' 출범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에 장병규(44·사진) 블루홀 이사회 의장을 위촉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해당 위원회 설치를 발표한 지 4개월 만이다.
새 정부는 당초 7월까지 인선을 모두 마무리 짓고 7월 중 첫 회의를 열기로 했었다. 그러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과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등 거듭된 인사 논란을 겪은 청와대가 위원장 인선에 장고를 거듭하다 보니 정식 출범이 2개월 가량 미뤄졌다.
청와대는 새 정부의 4차산업혁명 관련 정책을 진두지휘할 4차산업혁명위원회 수장이 정해진만큼 중소기업벤처부장관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도 우선 가동부터 한다는 입장이다.
장병규 신임 4차산업혁명위원장은 네오위즈 이사를 거쳐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를 역임했고, 블루홀 창립자이기도 하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장 신임 위원장은 20대에 창업한 네오위즈 시작으로 첫눈, 블루홀 등을 연속으로 성공시켜 IT 업계의 미다스 손으로 불리는 업계 전설이자 우상"이라며 "풍부한 실전 경험과 소통, 리더십으로 4차산업혁명 관련 정책 방향과 국가적 전략을 실현할 적임자"라고 평했다. 이어 "각 분야별 대응 기반 마련, 정책에 대한 심의 조정 및 종합 대책 수립, 사회적 합의 도출 등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4개월 만에 깃발을 든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순항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초 국정자문위의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구성안은 위원장을 국무총리급으로 하고 대다수의 부처를 참여하도록 하는 '매머드급'으로, 사실상 4차산업혁명 관련 정책의 컨트롤타워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 이후 정부가 위원장 직급과 부처 참여비율을 낮추면서 '미니위원회'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위원장은 총리급에서 장관급으로 낮춰지면서 같은 급의 부처 장관들 이견을 조율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당연직인 참여부처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고용노동부장관, 중소벤처기업부장관 등 4개로 줄어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등 4차산업혁명 관련 산업 유관 부처 등의 정책이 배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돈줄'을 쥐고 있는 기재부가 제외돼 각 부처별 예산 지원·조정과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세제 관련 정책이 섬세하게 뒷받침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와 함께 4차산업혁명을 벤처기업이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장관 인선 지연으로 중소기업벤처부의 참여도 소극적일 수 밖에 없어 '반쪽짜리' 출범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청와대는 "위원장이 장관급이라 해서 위상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며, 위원회는 큰 틀의 정책을 조율하는 기구"라며 "오히려 민간위원이 늘어 민간 주도의 속도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위상 약화에 대한 지적은 충분히 들었다. 현재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그러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조차 비관적 목소리가 나온다. 한 의원은 "위원장이 총리급 이상이 돼야 기득권의 저항을 돌파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다면 이전처럼 과기정통부가 핵심 역할을 할 수도 있는데 그마저도 다른 부처를 설득할 실질적 권한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 야당 의원도 민간 주도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는 청와대의 주장과 관련, "4차산업혁명이 진일보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 손질이 시급하다"며 "대부분 민간으로 채워진 위원회가 이를 견인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정부보다 4차산업혁명과 관련 이슈를 선점한 국회와의 역할 조율도 위원회의 숙제다.
국회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제안으로 '4차산업혁명 특별위원회'를 가동할 예정이다. 국회가 정부보다 앞서 혁신산업 성장과 관련한 규제를 개선하고 법을 정비하는 기틀을 마련한 것인데, 여야를 막론하고 상임위가 산업을 아우르면서 논의하는 장을 마련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관련 법·제도 혁신의 방향을 국회와 맞춰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