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 데뷔무대에서 군사옵션을 거론하는 등 작정하듯 초강경발언을 쏟아내자 미국이 군사행동 임박을 예고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취임 후 첫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로켓맨(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자살임무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이전 '화염과 분노' '심판의 날' 등의 대북 강경 발언보다 한층 더 수위가 높아진 것으로, 지금까지는 대북 압박·제재 위주의 외교적 해법에 주력했지만 북한이 또 다시 도발한다면 군사적 옵션을 실행하겠다는 경고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이날 발언은 트위터나 기자들과의 문답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 아니라 유엔이라는 다자외교 무대에서 나왔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또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대사 등 미국 외교안보팀 '3각 편대'는 물론 미국 의회까지 군사 행동 가능성을 잇따라 시사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온건파로 알려진 틸러슨 국무장관이 "단 하나 남은 것은 군사옵션"이라고 한데 이어 맥매스터 보좌관은 "필요하다면 군사옵션을 준비함에 있어 시급하게 움직여야한다"고 했다. 헤일리 대사의 "화염과 분노는 공허한 협박이 아니다"라는 발언 등은 모두 군사옵션을 시사한 것이다. 코리 가드너 미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까지도 "중국은 한국이 아닌 북한을 조준해 사격할 때가 됐다"고 했다.

이 같은 미국의 거친 경고성 발언에 대해 국제사회는 물론 언론들은 맹비난하며 진화에 나섰다.

유엔 총회에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말싸움으로 압력을 키워선 안된다. 지도를 좀 보라. 군사적 해결은 수많은 희생자를 낼 이야기"라고 트럼프 대통령에 직격탄을 날렸다.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 대해 "현실과 동떨어진 파렴치하고 무지한 주장"이라고 일축했고,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트럼프에 대해 "국제 정치의 새로운 히틀러"라고 했다.

미국 언론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비판적 보도를 쏟아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완전파괴'는 북한 주민의 생명까지도 김정은과 함께 절멸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이는 엄청난 표현으로 백악관이 해명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미국 대통령의 말이 정치인이라기보다는 깡패 두목(a mob boss)처럼 들린 연설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트럼프의 유엔 연설에서 우리가 배운 것은 그는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며, 그의 화려한 언어는 심지어 웃기기까지 했다"고 조롱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유엔은 지금까지 트럼프의 데뷔 연설과 같은 것을 들어본 일이 없다"며 "역사상 어떤 미국 대통령도 상대국에 이처럼 갈등을 일으키는 메시지를 던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파격적인 연설은 결국 국제정치가 아닌 국내 정치를 의식한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평가는 달랐다. 박수현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미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 최대한도로 제재와 압박을 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북한 측은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자성남 북한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 연설 직전에 자리를 떴다. 현재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있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오는 22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 측에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박미영기자 m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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