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투기 수요를 잡기 위한 전방위 규제에 나선 지 한 달째다. 8.2 대책 발표 이후 1개월간 서울 아파트값은 약세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빠진 급매 등장에도 거래는 실종됐다. 매수자들이 가격 하락을 더 기다리면서 곳곳이 거래절벽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규제로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 될 조짐이다.

안정적인 부동산 투자처에 부동자금이 몰리는 현상은 실수요자에겐 어차피 그림의 떡이다. 주택 매매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전세 시장으로 수요가 몰린다. 집값과 전세값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2011∼2012년처럼 미분양이 속출하고, 집값이 하락 국면에 접어들면 깡통전세가 발생한다. 깡통전세는 은행 대출을 통해 구매한 아파트 가격이 하락해 집을 팔아도 대출금과 전세를 돌려주고 나면 집주인에게 이익이 없는 집이다. 기존에 집을 사려던 사람들도 전세 시장으로 옮겨가면 전세가격이 상승한다. 결국 피해는 서민에게 간다.

투자자들이 매수하지 않고 관망세로 돌아선다는 것은 시장위축을 의미한다.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 건설업계 고용과 내수 경기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은행들은 투기과열지구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60%에서 40%로 낮춰 적용했다. 그 바람에 60%에 맞춰 자금 마련 계획을 세웠던 실수요자들이 필요한 자금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시장 자율규제에 맡기지 않고 자꾸만 정부가 강력한 대책을 통해 간섭하는 방식의 시장 안정은 한계가 있다.

급조된 부동산 대책으로 인한 실수요자의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8·2 대책 관련 "맞벌이 부부와 신혼부부가 청약 당첨되기 쉽게 제도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에서 청약가점제 적용 비율을 확대하는 안을 놓고서다. 그러나 정작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이 같은 방안에 가점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3040세대 수요자는 앞으로 분양 받아 내 집 마련하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반응이 많다.

투기세력을 잡기 위한 규제가 국가경제 전반에 부담이 안 되도록 리스크 관리를 할 때다. 인위적인 가격조정으로 시장을 급랭시키기 보다는, 실수요자가 시장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부의 새 과제다.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기 전에 잘 들여다보면 투기 목적이 아닌 다주택자 가구도 많다. 노후대책 수단으로 실거주가 아닌 집을 한 채 더 마련해 임대수익으로 기초연금을 받지 않고 생계를 이어가는 노년층도 많다.

김현미 장관은 다주택자를 겨냥해 "꼭 필요해 사는 것이 아니면 파시라"고 했다. 그러나 '꼬리가 개 몸통을 흔든다'는 뜻의 '왝 더 독(Wag the Dog)'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실제로 큰 이익을 꾀하는 부동산 투기꾼에겐 오히려 이번 집값 하락이 매수시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분양가 상한선이 오히려 투기의욕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투기목적의 다주택자를 가려내 그들만을 겨냥한 일침 정책을 펴야 한다. 투기억제 대의라며 서민과 중산층이 피해를 감수하고 시장이 위축된다면 이는 시장질서에 위배되며 시장친화적이지도 않다. 투기와 부동산 수요공급은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 동전의 앞면 뒷면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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