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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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와 '국정과제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100대 국정과제 중 '더불어 잘 사는 경제'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전략으로 '더불어 발전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과 '소상공인·자영업자 역량 강화'가 나란히 올라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국정과제 5개년 계획에는 2018년부터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복합쇼핑몰 영업제한' 계획도 포함돼 있다. 이와 같이 정부가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와 골목상권 보호에 역점을 두는 이유는, 우리 경제의 근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다.

해외유통점의 국내진출에 대비해 우리 유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1997년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은 기존의 허가제를 폐지하고 '등록제'를 채택함으로써 대규모유통점의 성장에 기여했다. 그러나 대규모유통점이 쉽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골목상권 및 전통시장의 피해는 날로 커져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프랑스에서는 대규모유통점의 시장진입에 대해 허가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출점 허가 시 고려요건으로 시내상점 및 지역단체협회와의 파트너십과 고용에 관한 지역 공공시설과의 합의 여부도 고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독일에서는 각 주의 도시건설 발전계획과 소매업조례에서 대규모유통점 출점 시 기존 상권 매출액의 약 10% 이상의 감소가 예상될 경우 각 주별로 출점 규제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 유통산업발전법도 수차례의 개정을 통해 골목상권 및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영업시간 제한과 전통시장 근처의 출점 제한 등을 도입하고 있으나, 그 실효성이 문제되고 있다. 대규모유통점은 개설등록 시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첨부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등록해야 하는데, 이미 건축을 모두 마치고 영업 시작 직전에 등록하다 보니 자치단체장 입장에서는 대규모유통점의 등록을 거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협력계획서의 이행실적이 미흡한 경우에도 이에 대해 개선권고만 가능하다 보니 그 불이행에 대한 제재 조치가 없어 지역협력계획서가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우리 유통산업발전법이 대규모유통점뿐만 아니라 골목상권 및 전통시장도 함께 발전시키는 명실상부한 유통산업 발전을 위한 법이 되기 위해서는 대규모유통점의 건축허가 이전에 상권영향평가가 이뤄질 필요가 있으며, 출점 이후의 지역계획협력서 불이행에 대해서도 엄중한 제재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한편,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규모유통점이 가져다준 편리함 때문에 영업시간 제한과 출점 제한 등이 달갑지 않은 측면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규모유통점이 현재 우리에게 주고 있는 혜택은 골목상권 및 전통시장과의 경쟁압력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해외 선진국에서 대규모유통점에 대한 규제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지역 경제의 붕괴와 대규모유통점의 독점화로 인해 장기적으로 소비자후생이 감소할 것을 두려워해서다.

그러나 단순히 대규모유통점에 대한 규제만으로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이 유지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을 것이다. 자생력 없이 정부의 보호정책에 의해서만 근근이 유지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소비자에게 만족스러운 가격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규모유통점의 영업시간을 제한한다 해서 소비자가 이들에게 당연히 발길을 향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안일한 생각이다. 그러므로 골목상권 및 전통시장은 소비자들이 더욱 매력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장소로 변모하고 발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더욱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정부의 지역 상권 활성화 정책이 요구된다. 일본에서는 상점가진흥조합, 사업협동조합, 중소기업 단체 등이 연합해 사업계획을 작성하면 정부에서는 타당성을 검토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다양한 지원 조치를 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참고할 만하다. 특히 지역 주민의 요구를 충분히 감안한 사업을 선별해 정부가 지원하도록 함으로써, 획일적인 대규모유통점과 달리 특색 있고 아기자기한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만들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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