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


조세 행정이란 겉보기엔 단순한 숫자표기에 불과해 보일지 모르지만 복잡한 사회현상을 반영하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펼쳐야 한다. 정부가 이달 2일 발표한 부자증세가 포함된 세제개편안 가운데 몇 가지를 따져봤다.

첫째, 법인세 증세 예정액보다 담뱃세 증세액이 많다. 과세표준 2000억 초과 법인의 법인세 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면 정부발표 증세액은 2조6000억인데 담뱃세인상 증세액은 매년 4조5000억이다. 문재인 정부 3년간(2019~2021) 거둬들일 법인세 증세액 8조는 담뱃세 증세액 22조원의 36%에 불과하다.

둘째, 부자 4명중 1명은 누구인지 모른다.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6위로 미국의 3배 수준이고 그리스와 비슷한 수준인 26%다. 지하경제비중이란 소득은 발생하는데 국세청에서 파악을 못하고 있는 비율이다. 간단히 말해 부자 4명 중 1명은 국세청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숨은 부자가 누군지 모르는 나라에서 정확한 세금을 걷을 수 없다. 대학가 근처에서 원룸을 임대하는 A씨는 매달 1000만원의 소득 중 40% 정도만 신고해 내야 할 소득세의 10%만 냈다. 핀셋증세를 당하는 부자 세 사람은 분통이 터질 수 밖에 없다.

셋째, 부자들은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들이다. 전직국세청장· 조사국장이 로펌이나 세무법인에 포진하고 있다. 부자들은 높은 자문료를 주고 이들을 고용하고 이들은 법의 흠결을 이용해 부자들의 세금을 줄여준다. 국세청과 재벌이 싸우면 대부분 재벌이 이기는 이유다.

근로자는 근로소득세 납부액을 조절할 수 없지만 법인은 투자시기, 해외법인의 이전가격조절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법인세 납부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 부자증세가 달콤하게 들려도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넷째, 세금은 납부하는 사람과 실제로 부담하는 사람은 다를 수 있다. 부자들이 주로 구매하는 모피, 악어가죽, 보석 같은 사치품에 대한 수요는 가격탄력성(가격 변동에 따른 수요 변동의 정도)이 높다. 그래서 판매가 급감하면 수입품 컨터이너를 옮기는 노동자와 보석세공사의 세금부담이 늘어난다.

법인세도 마찬가지이다. 대기업의 법인세를 올리면 대주주가 세금을 다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그 대기업이 가격탄력성이 낮은 맥주 회사라면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법인세 인상은 법인의 세후 이익을 감소시킨다. 기업의 세후 이익이 줄어들면 노동자의 임금협상력이 약화된다.

최악의 경우 자본가들이 세후 투자 수익율이 높은 국가로 공장을 옮겨 버리면 국내에 일자리가 없어 실업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다섯째, 부자를 서로 유치하기 위해 국가 간 조세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치인들이 부자 증세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지만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부자를 유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웨덴, 캐나다, 호주는 상속세와 증여세를 폐지했다. 스웨덴은 2007년에 재산세까지 폐지했다. 세계화는 세금을 더 적게 내려는 부자들에게 유리한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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