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기우(杞憂)라는 말이 있다. 옛날 중국 기(杞)나라에 걱정도 팔자인 사람이 살고 있었다. 하늘이 무너지면 어쩌나 땅이 꺼지면 어쩌나, 자나깨나 걱정이 태산 같아서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살았다. 이 고사(故事)에서 우리는 군걱정, 앞 일에 대한 쓸데없는 근심을 기우라고 부르게 됐다.

과연 기우는 기우일까. 하늘은 무너지지 않지만 비행기가 추락하고 빌딩이 붕괴된다. 영국의 어떤 아파트의 화재는 영화 '타우어링(Towering)'의 참상 그대로였다. 그렇다면 땅은 어떨까. 지진 해일 산사태는 어디서든 일어나고 포트홀(pothole), 싱크홀(sinkhole), 맨홀(manhole)은 도처에 산재해 있다.

전근대 사회를 위협했던 천재지변, 전쟁, 전염병 못지않게 현대사회에는 각종 사건 사고 재난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국민적 트라우마를 가져왔고 메르스 사태, 가습기 살균제 살인사건 등은 국민불안과 공포의 확산을 가져왔다. 미세먼지, GMO, 원전 사고, 수질오염, 조류독감, 농약, 프라이버시 침해, 차폭, 테러, 폭염, 북한의 도발…. 우리들의 삶은 온갖 위험요소에 포위돼 있다.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보냈다는 것은 어쩌면 기적이다. 현대인들은 지뢰밭을 걷듯 숱한 위험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정부로부터 자신이 보호받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 만큼 정부는 무능하고 불신의 늪은 깊다.

한국사회는 사회적 합의가 불가능한 수준의 불신사회라고 어떤 조사는 밝혔다. 2016년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안심 수준에 대한 인식 결과를 보면 안심(安心)지수가 43.3이었다. 이 숫자는 우리나라가 서로 못 믿는 사회임을 뜻한다(한국일보, 2017. 7. 29). 아무리 수돗물이 안전하다고 권해도 생수 판매는 늘어나고 화학제품에 대한 불신은 '노케미족(族)'을 양산하고 있다. 불신사회의 생존법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이다.

우리는 사회적, 정치적, 환경적 위험요인만 문제를 삼고 있지만 각 개인은 더 큰 위험요인을 무시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셀폰(cell phone), 셀카(selca)다. 길을 걸으면서, 운전하면서, 심지어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셀폰을 응시하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셀폰의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마침내 하와이 호놀룰루에선 길을 걸으면서 셀폰 등을 보면 벌금을 물리는 법안이 통과됐다). 셀카는 이보다 더 위험하다. 현대인들은 인증샷에 광분한다. 산에 올라가서, 관광지에 가서, 시도 때도 없이 더 좋은 그림을 얻기 위해 위험 속에서 셀카를 찍는다.

심지어 어느 신문의 여행 섹션은 '목숨 걸고 찍는 셀카 포인트'를 소개하고 있다(매경, 2016. 9.5). 노르웨이의 오다(Odda)라는 작은 마을에는 해발 1000미터 높이의 기암절벽 '트롤퉁가'가 있다. 왕복 10시간이 걸리는 이 오지에 웬 관광객인가. 아찔한 낭떠러지에 올라가서 사진 한 장 건지기 위해 수많은 외국인이 찾아간다. 아울러 피지의 수상 바 클라우드 나인, 브라질의 페드라 다 가비아 등이 모두 그런 곳이라고 한다.

빌딩 옥상이나 다리 위, 절벽에서 셀카 사망사고가 크게 일어나고 있다. 2014년과 2015년 2년간 셀카 찍다 죽은 사람이 세계적으로 49명에 이른다. 유명 관광지에는 이제 악어나 흑곰 주의(注意) 외에 셀카 조심을 써 붙이기 시작했다. 종군기자도 아니고 목숨 걸고 셀카를 꼭 찍어야 할까?

남녀노소 아무데서나 함부로 셀카를 찍는다. 그리스의 세계적인 휴양섬 자킨토스의 어느 바에서 셀카 찍던 미국 관광객이 현지 세르비아인에게 맞아 죽은 사건이 일어났다. American tourist killed in Greece was fatally beaten over a selfie, policy say(그리스에서 살해된 미국관광객은 셀카 찍다 죽도록 매 맞았다고 경찰이 밝혀).

오늘 공부할 대목이 나왔다. 셀카(selca)는 self와 camera를 합쳐서 만든 콩글리시다. 위 뉴스에서 보듯 셀카는 영어로 셀피(selfie)라고 한다. 자기자신을 찍는 사진(a photo that you take of yourself)이 바로 selfie다. 그러므로 '셀카 찍지 마십시오'는 'Please don't take a selfie.'라고 말하면 된다. 그렇다면 셀카봉은 영어로 뭐라고 해야 할까? 셀피 스틱(selfie stick)이다.

안전 사회로 가려면 정부가 먼저 국민신뢰를 회복하고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에 힘써야 한다. 그렇지만 개인 스스로도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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