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장규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장규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추격형(Fast-follower) 성장전략은 이제 한계다. 선도형(First-mover)으로 전환해야 한다."

저성장, 고실업 상태가 이어지면서 R&D 전략의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바이오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산업으로 부각되면서 R&D 혁신을 통해 기술확보에서 산업성장,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바이오는 혁신적인 R&D 성과가 시장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과학기술집약적 산업이자, 타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신기술·신산업 창출이 가능한 분야다. 예를 들어 글로벌 처방약 매출 상위 1, 2위(연간 17조원 규모)로 꼽히는 류머티즘 치료제 '휴미라(Humira)'는 세계 최초로 100% 인간유전자를 재조합한 항체의약품이라는 혁신성이 성공을 이끌었다. 이처럼 바이오산업은 든든한 연구개발 성과가 성공의 필수 요소다. 따라서 선진국들은 국가차원에서 전략을 수립하고, R&D 투자를 통해 기술을 확보해 이를 시장으로 빠르게 연계하는 자생적인 바이오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 바이오분야 R&D는 대학, 기업, 연구소, 병원 등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어, 분야간 중복이 발생하고, 연계가 부족한 상황이다. 바이오산업의 선순환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개별 주체들간의 역할 정립을 바탕으로 R&D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이 중 출연(연)은 국가사회현안 해결, 미래사회 선도, 장기·대형의 민간에서 다루기 힘든 영역의 연구개발 및 융합연구의 허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출연(연)은 우선, 대학과 기업에서 추진하기 어려운 고위험 분야 연구개발을 통한 미래성장동력 발굴의 산실이 돼야 한다. 예를 들어 희귀난치질환 치료제와 같이 연구개발이 필요하지만 수익창출이 어려운 분야의 원천기술 개발, 항암·항노화 등 단기간에 성공은 불확실하지만, 성공할 경우 국가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대형 기술을 개발해야한다. 이를 통해 위험부담으로 인해 연구개발이 지연되던 분야의 미충족 수요를 채우고 도전적 연구결과를 바이오 생태계를 순환시키는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두 번째로, ICT, 의료 등 타 기술과의 융합, 연구와 산업현장 간 융합의 허브가 돼야 한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이 추진되면서 바이오를 중심으로 타 기술 및 산업과 융복합화 하는 디지털 헬스케어산업(정밀·원격의료 등), 바이오연구산업(연구장비, 임상시험기관 등)과 같이 신사업이 창출되고 있다. 출연(연)은 다수의 연구자들이 모여 있고, 대규모 자원 및 인프라, 연구개발 협력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기술 및 주체 간 융합의 핵심기능 수행에 적합하다. 따라서 출연(연)이 산·학·연·병간의 융합연구를 추진하는 허브가 되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성과를 도출해나갈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출연(연)은 국가적 임무 수행을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므로 감염병, 식량안보, 생태계 보존 등 국가·사회현안 해결을 위한 혁신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과학자들이 연구성과를 창출하는 데에는 호기심과 영감이 크게 기여하는데, 출연(연) 연구자들은 여기에 사명감을 더해야 한다. 바이오테러, 신변종 감염병 등 발생시 커다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사회경제적 부담이 큰 분야에 대한 대응 연구,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협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기술 개발을 통해 국가·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출연(연)이 해야 할 역할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는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말처럼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는 현재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2030 바이오경제시대를 대한민국이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지금부터 R&D 혁신을 통해 바이오 선순환 생태계 조성에 힘을 기울여야 하며, 혁신 주체들이 제 역할을 다 해나갈 수 있도록 누구보다 출연(연)이 앞장서서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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